[횡설수설/이진녕]자녀 교육용 위장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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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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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현동 국세청장,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의 위장전입이 논란이 되고 있다. 횟수는 다르지만 모두 자녀의 중고교 진학을 위한 것이었다. 이인복 대법관 후보자는 부동산 구입 목적으로 한 차례 위장전입을 한 적이 있으나 어제 야당의 반대에도 국회 인사청문 절차를 통과했다. 당사자들이 사과를 표명했다지만 위장전입은 엄연히 징역 3년 이하, 벌금 1000만 원 이하에 해당하는 범죄다. 최근 10년간 위장전입으로 처벌받은 국민이 5000명을 넘는다.

▷자녀 교육용 위장전입에 대한 시각은 법학교수 간에도 다르다. 한 교수는 “인사청문회 취지로 본다면 어떤 위장전입이든 정당화되기 어렵다. 국민의 법감정도 감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교수는 “사실 자녀 교육 목적의 전입 제한은 위헌 소지가 있다. 투기 목적이 아닌 자녀 교육 목적의 위장전입은 달리 봐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자녀 교육을 위한 위장전입이 다른 경우보다 꼭 낫다고 볼 수는 없다. 장인의 선거를 돕기 위해 위장전입을 한 공직자도 있다. 부동산 관련만 해도 투기 목적에서부터 조금 더 넓은 아파트로 옮기려는 경우까지 각양각색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위장전입 문제는 자녀 교육과 관련한 것은 봐주되 재산 증식을 위한 것은 안 된다는 게 내부의 가이드라인이었다”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부터 세 자녀 교육 목적으로 5차례나 위장전입을 한 전력이 있다. 이 정권에 몸담고 있거나 몸담았던 고위 공직자 가운데 13명이 이런저런 위장전입 전력 때문에 시빗거리가 됐다. 그중에는 법 집행과 관련된 법무장관 검찰총장 대법관도 포함돼 있다. 위장전입 자체 때문에 낙마한 사람은 없다.

▷위장전입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법의 간극이 큰 상황을 어정쩡하게 방치하는 건 인사청문회 도입 취지나 국민의 법의식에 미칠 영향을 감안할 때 문제가 있다. 차제에 위장전입 논란을 공론에 부쳐 공직자의 결격 여부를 가리는 분명한 기준을 만드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만약 자녀 교육을 위한 위장전입을 용인할 수밖에 없다면 그에 맞게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어쨌거나 공직자에게는 일반 국민보다 더 엄격한 준법성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

이진녕 논설위원 jinn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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