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자국 환자 돌보던 의료진까지 학살한 탈레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10일 03시 00분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이 6일 인륜(人倫)에 반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탈레반은 아프간 국민인 환자들을 위해 의료봉사 활동을 한 미국인 6명, 영국인과 독일인 각각 1명을 숲 속으로 끌고 가 한 줄로 세워놓고 총탄을 퍼부었다. 희생자들이 “우리는 의료봉사단”이라고 밝혔지만 소용이 없었다. 세계는 탈레반이 피도 눈물도 없는 잔혹한 테러집단임을 거듭 절감했다.

봉사단장인 미국인 안과의사 톰 리틀 씨는 1970년대 후반부터 아프간에서 의료봉사를 했다. 그는 구(舊)소련군의 아프간 점령과 탈레반 통치 때도 온갖 고초를 견디며 현대의술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아프간 사람들을 위해 헌신했다. 이번에도 봉사단원들을 이끌고 안과 질환을 비롯한 질병 치료를 위해 3주일 전 북부 산악지역을 찾았다가 희생되고 말았다. 봉사단이 소속된 인터내셔널 어시스턴트 미션(IAM)은 “이번 비극으로 아프간인을 돕는 우리 활동이 위축되지 않기를 희망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런 인류애와 잔인한 테러가 같은 땅에서 공존한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탈레반은 봉사단원 가운데 이슬람 신자인 아프간 운전사만 살려줬다. 이교도를 용납하지 않는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광신(狂信)이 드러나는 살육 행위다. 이슬람은 스스로 평화의 종교라고 말한다. 실제로 타 종교와 평화롭게 공존하는 이슬람 신도들도 있지만 세계의 곳곳에서 외국인 증오와 테러, 피를 부르는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설치고 있다. 평화 사랑 관용이 이슬람의 정신이라면 세계의 이슬람 신자들이 앞장서 탈레반을 규탄해야 옳다.

대량학살과 전쟁범죄 같은 반(反)인륜 범죄는 문명사회의 적이다. 올 들어 지금까지 아프간에서는 1325명의 민간인이 살해됐다. 그 가운데 68%가 탈레반이 저지른 학살이었다. 지난달 캄보디아특별재판소(ECCC)는 1970년대 크메르루주 정권이 자행한 ‘킬링필드’를 단죄하는 전범 재판에서 카잉 구엑 에아브에게 징역 35년을 선고했다. 에아브는 1만4000여 명을 구금해 고문과 학살을 자행했다. 탈레반의 반인륜 범죄도 범행 집단을 끝까지 추적해 반드시 인류의 이름으로 응징할 필요가 있다.

의료봉사단이 학살된 곳은 한국 지방재건팀(PRT)의 주둔지인 파르완 주 차리카르와에서 200km가량 떨어졌다. 우리 군은 경비태세를 강화해 한국의 재건요원 보호에 만전을 기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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