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텔레콤은 무선데이터 요금에 구애받지 않고 스마트폰을 이용할 수 있는 새로운 요금제를 도입한다고 그제 밝혔다. 새 요금제는 휴대전화 초고속인터넷 인터넷전화 인터넷TV(IPTV)를 기존 통신요금의 절반 수준에 쓸 수 있는 이점이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KT도 가족이 보유한 휴대전화를 통합해 각각 쓸 때보다 낮은 요금을 부과하는 새 요금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이에 자극받은 다른 통신회사들도 경쟁적으로 통신요금 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가계 통신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통신회사들에 요금 인하를 요구했으나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초(秒)당 요금제 도입, 결합상품 할인 확대, 장기 가입자에 대한 요금 인하, 가입비 인하 같은 조치가 있었으나 실제 통신비 부담은 별로 줄지 않았다. 통신회사들의 ‘기득권 지키기’ 벽이 높았다. 이번처럼 통신회사 측의 자발적인 움직임으로 통신요금이 대폭 낮아진다면 가계 부담이 실질적으로 감소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통신회사들은 국내시장에 안주해 새로운 서비스의 개발보다는 보조금 지급 같은 마케팅 활동에 치중해 왔다. 그 결과 세계 스마트폰 경쟁에서 뒤지는 사태를 자초했다. “스마트폰은 아이폰 이전과 이후 시대로 나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미국 애플사가 만든 아이폰의 출현이 정보기술(IT) 산업에 가져온 파장은 컸다. 한국은 새로운 고지를 선점하려고 나서기는커녕 손을 놓고 구경만 하다가 휴대전화 강국의 자부심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충격을 경험했다. 이번 인하 경쟁을 계기로 국내 통신회사들은 서비스 경쟁과 기술개발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통신회사들은 지난해 약 8조 원을 마케팅에 쏟아 부었다. 이 중 일부라도 기술개발에 썼다면 기업경쟁력을 훨씬 높이면서 애플 같은 회사가 한국에서도 나왔을 수 있다. IT 강국이던 한국이 무선인터넷 후진국으로 전락한 것은 연구개발에 써야 할 돈을 국내시장 선점을 노린 보조금으로 낭비한 잘못이 크다.
어제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은 “글로벌 소프트웨어 회사와 비교하면 우리가 갖고 있는 기술 수준은 베트남 이집트 필리핀과 비슷하다”며 “겉보기엔 IT 강국 같지만 과한 말로 속빈 강정”이라고 말했다. 우리 IT산업은 메모리반도체 디스플레이 같은 하드웨어에 편중돼 있고 세계시장보다는 내수시장에 갇혀 정체돼 있다. ‘IT 한국’을 재구축하기 위해서는 통신회사들이 앞장서서 과감한 혁신에 눈을 떠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