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권순택]천안함 조작설의 사이비 전문가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31일 20시 00분


코멘트
민군 합동조사단(합조단)이 지난달 20일 천안함 침몰 수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한 좌파 인터넷 매체에는 ‘100m 물기둥 낸 어뢰 상태가 그렇게 멀쩡한가’라는 기사가 톱을 장식했다. 국방정책연구소장이란 거창한 타이틀이 붙은 김성전 씨의 인터뷰 기사였다. 김 씨는 “합조단 조사 결과에 이해가 안 되는 곳이 많다”면서 “재조사와 검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방정책연구소는 이름만 보면 국방부 산하 연구기관 같아 보이지만 ‘군사 연구 인터넷 동호회 사이트’다. 그나마 오랫동안 관리가 안 돼 유명무실한 개인 사이트다.

공군 조종사 출신인 김 씨는 1996년 중령으로 예편한 뒤 6년 동안 민간항공사 조종사로 일했다. 임종인 전 열린우리당 의원의 보좌관을 지낸 바 있다. 김 씨는 MBC ‘100분토론’과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도 국방정책연구소장으로 출연했다. 그의 경력과 발언 내용을 아무리 뜯어봐도 수십 명의 국내외 최고 전문가로 구성된 합조단 수사 결과를 논박할 정도의 전문성을 갖췄다고 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그는 좌파 매체들로부터 북의 천안함 폭침에 의혹을 제기한 용기 있는 전문가로 대우받고 있다.

일부 언론에 북한의 천안함 폭침을 부정하거나 의혹을 제기한 ‘전문가’ 대부분이 함정 침몰사고와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다. 한국군 기뢰 폭발설을 주장하다가 합조단 발표 후 이명박 정부의 안보 무능 책임론으로 말을 갈아탄 박선원 씨는 노무현 대통령의 통일외교안보전략비서관 출신이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초빙 연구원을 지냈지만 천안함 사건의 원인을 가릴 정도의 전문성이 있다고 보긴 어렵다.

민주당 추천으로 합조단에 민간 조사위원으로 들어갔지만 조사 활동보다 좌파 인터넷 매체와 방송 출연에 주력한 신상철 씨도 다를 게 없다. 친노(親盧) 인터넷 웹진인 서프라이즈의 대표로 좌파 편향 정치평론이 전공이라면 전공이다. 그는 과학적 근거도 없이 천안함이 좌초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군 중위 출신이 그 분야의 전문가연하는 행태를 보며 해군의 걸출한 선배들은 자랑스러운 후배를 두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합조단 조사 결과를 부정하며 좌초설 또는 미군 함정 충돌설을 주장하거나 김정일 집단보다 우리 정부와 군의 책임을 추궁하기에 더 바쁜 사람들에게 한 가지 특징이 있다. 대부분 친(親)노무현 좌파그룹이다. 전문성이 없는 일부 인사들과 좌파 매체 및 정치인들이 언론 자유를 방패삼아 천안함 사건 조작설과 음모론을 확산시켰다. 여기에 최근 북한까지 가세하고 있다. 이들은 합조단 발표를 믿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믿지 않기로 작정한 사람들 같아 보인다. 그들은 북한이 천안함 폭침을 인정하면(그런 일은 절대로 없겠지만) 아마 ‘남북한 밀약설’을 제기하고 나올 것이다.

미국에서는 1969년 7월 20일 인류 최초의 역사적 달 착륙이 조작된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아직도 10명 중 2명꼴이나 된다. 지적 능력이 모자라거나 지체장애 또는 정치적 이유로 음모론을 믿는 사람도 있다. 필부필부(匹夫匹婦)들이 음모론을 믿는 거야 어쩔 수 없다고 치자. 하지만 국민의 선거를 통해 뽑는 자리는 음모론 또는 조작설을 신봉할 정도로 합리적 사고능력이 부족하거나 국가관이 의심스러운 사람들에게 맡길 수 없다. 내일 투표 때 고려해야 할 중요한 기준이 하나 더 늘어난 셈이다.

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 

▶박선원씨는 다음과 같이 알려왔습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