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동아논평]‘천안함 조사’ 결과 못지않게 과정도 중요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15일 1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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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이 서해에서 두 동강나 침몰한지 20일 만인 15일 함체의 뒷부분인 함미가 인양됐습니다. 함미 인양으로 이제 천안함 침몰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습니다. 형사사건으로 치자면 수사에서 가장 중요한 범죄 현장을 확보한 셈이니 침몰 원인 규명이 급피치를 올리게 된 것입니다.

단편적으로 공개된 함미의 상태나 절단면 모양으로 볼 때 어뢰나 기뢰와 같은 외부로부터의 공격이 유력한 원인으로 좁혀지고 있습니다. 선체의 좌측이 공격을 받았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지금부터는 이를 정확하게 확인하고, 그것이 누구의 소행인지, 또한 가능하다면 어떤 방법이 동원됐는지 까지를 밝혀내야 합니다. 국내외 최고 전문가들이 조사에 참여하고 있으니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문제는 확실한 단서를 찾아내는 일입니다. 수사나 재판에서 보듯이 범인이 범행을 자백하지 않은 한 증거 없이 심증만으로는 기소하기도, 유죄 판결을 내리기도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원인 규명에서 또 하나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있습니다. 결과 못지않게 과정도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원인 규명을 해나가는 과정 자체가 되도록이면 투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야 어떤 결론에 도달하더라도 다수의 공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검찰이 수시로 수사진행 상황을 국민에게 설명하거나 법원이 공개 재판을 여는 것도 다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군은 기밀을 생명처럼 여기는 특수한 조직입니다. 천안함 침몰 또한 국가안보와 직결된 특수한 사건입니다. 일반 형사사건처럼 범죄 현장을 완전히 노출시키거나 수사 진행 상황을 세세하게 공개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국민도 그런 점은 십분 이해해야 합니다.

그렇다하더라도 군이 지나친 기밀주의로 쓸데없는 오해를 사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합니다. 공개가 곤란한 것은 양해를 구하되, 공개해도 괜찮은 것은 과감하게 공개하는 열린 자세가 필요합니다. 아무리 그럴듯한 결과를 내놓더라도 과정이 투명하지 못하면 의심을 살 수 있고, 신뢰를 받지 못하는 결과로는 죄를 묻는 것도 쉽지 않다는 것을 명심하길 바랍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

이진녕 논설위원 jinn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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