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우리도 손실 각오하고 北의 버릇 고치자

  • 동아일보

북한이 8일 발표한 금강산 부동산 동결과 일부 기업의 사업권 박탈은 용납할 수 없는 망발이다. 북한은 관광사업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우리 정부 소유의 이산가족면회소를 동결 대상으로 지목했다. 북한 초병의 관광객 사살로 초래된 금강산관광 중단의 책임을 우리 측에 전가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인도적 목적을 위해 지은 건물까지 빼앗겠다는 수작이다. 북한 정권은 남북 합의도, 현대아산에 50년을 약속한 금강산관광과 토지이용에 관한 독점적 권리도 기억에 없는 모양이다.

북한은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 대변인 명의로 된 성명에서 우리 정부를 향해 ‘오만무례한 역적 패거리들’ ‘괴뢰패당’이라는 폭언을 퍼부었다. 개성공단사업도 재검토하겠다고 위협했다. 금강산관광을 남한을 압박하기 위한 정치적 무기로 최대한 활용하려는 것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개입한 남북 합의를 무시하고 남한의 재산권을 침해한 집단이 큰소리를 치고 있으니 어이가 없다.

북한은 돈벌이가 급해 무리수를 두는 것으로 보이지만 우리가 국민의 생명보다 관광을 중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북한이 아무리 억지를 부린다 해도 관광객의 신변안전이 보장되지 않으면 금강산관광을 재개할 수 없다. 그리고 신변안전 보장은 북한 당국자가 우리 정부에 공식적으로 해야 한다. 북한은 새로운 사업자를 내세워 관광을 시작하겠다고 했지만 신변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위험한 지역에 누가 돈을 들여 관광을 가겠는가. 국가의 약속을 멋대로 파기하는 북한에 투자하는 국가와 기업이 있을지도 의문이다.

천안함 침몰 이후 잠잠하던 북한이 돌연 부동산 동결 카드를 들고 나온 배경도 수상하다. 북한은 관련이 없다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남남 갈등을 유도하려는 속셈일 수도 있지만 그런 술책에 흔들릴 우리 정부와 국민이 아니다. 우리 눈에는 2차 핵실험 이후 국제 제재로 더욱 심각해진 북한의 절박한 처지가 뻔히 보인다.

북한은 일방적으로 남한 관계자들을 불러 금강산 내 부동산 실태조사를 한 뒤 동결 조치를 발표했다. 정부가 무르게 대응하면 금강산 체류 인원을 추방하는 후속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4월부터 관광이 재개되지 않으면 특단의 조치를 취하겠다며 계약 파기까지 언급한 바 있다. 손실을 보더라도 망발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해야 북한의 버릇을 고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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