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통일부를 항의 방문한 현대아산 협력협체 A사 대표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말했다. 협력업체 관계자들은 북한의 금강산 관광지구 내 부동산 조사와 관련해 방북 의사를 밝혔지만 정부와의 사전 협의과정에서 방북이 사실상 거부된 것으로 드러나자 23일 통일부에 항의 공문을 접수시킨 데 이어 이날 통일부를 직접 찾았다.
이들은 “북측이 이번 소집에 응하지 않으면 재산 몰수는 물론 다시는 방북 기회가 없을 것이라고 통보했다”며 “재산권 보호를 위해 방북하겠다는 기업을 정부가 막아서는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특히 북측이 이번 통지문에 소집 대상으로 ‘부동산 소유자 및 관계자’로 적시한 것은 임대사업자까지 모두 포함한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통일부는 현대아산과 사전 협의 과정에서 방북신청 업체를 금강산에 땅이나 건물을 소유한 사업자로 제한해줄 것을 요청했다.
사실 통일부의 방북 제한에는 나름의 전략적인 이유가 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자산 몰수를 우리 정부에 대한 압박용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며 “임대사업자들까지 대거 방북에 나섰다간 북측 페이스에 말려들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방북단에 참여하지 않기로 하는 등 이번 사태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상황에서 기업들의 방북마저 막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대아산 협력업체 모임인 금강산기업협의회 관계자는 “통상 이슈가 있는 방북 시에는 정부가 사전에 지침을 주거나 협의하는 절차가 있었다”며 “하지만 이번에는 정부로부터 어떤 연락도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도 “신변안전에 대해선 북측에 협상을 요구하면서 국민의 재산이 걸린 문제에 정부가 소극적으로 임하는 것은 이율배반”이라고 말했다.
이달 초 금강산 관광지구에서 포장마차를 운영하던 55세의 B 씨가 심장마비로 숨졌다. 그는 박왕자 씨 피격사건으로 식당 문을 닫은 뒤 매일같이 현대아산 사무실을 찾아와 언제쯤 관광이 재개되는지를 물었다고 한다. 그러기를 20개월. 생계마저 어려워져 극도의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B 씨는 결국 세상을 등졌다. 북측의 압박 전술에 말려들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부는 20개월 넘게 사업 재개만을 기다리다가 부도 위기에 몰린 기업인들의 고통을 외면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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