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나라당 친이·친박 ‘順理의 정치’ 해보라

  • 동아일보

한나라당이 세종시 수정안을 논의하기 위해 22일 의원총회(의총)를 열기로 했으나 친이(친이명박)계와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의 견해차가 커 난항이 예상된다. 친이계는 친박계가 반대하더라도 수정안 표결을 강행하려는 방침이지만 친박계는 수정안이 당론으로 채택돼도 본회의 표결에서 끝까지 반대하겠다는 태도다.

한나라당은 당헌 67, 68조에서 의총을 ‘국가 주요정책 및 주요법안 심의를 위한 원내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규정하고 있다. 세종시 논란이야말로 의총을 통해 조정되고 수렴돼야 할 주요 국가현안이다. 친이계 일각에서 “4월 안에 국회 처리까지 마쳐야 한다”며 3월 중 당론 표결을 몰아붙일 듯이 나오는 것은 성급하다. ‘결론을 정해놓고 하는 토론’에 응할 수 없다는 박 전 대표 측의 반발만 키우기 쉽다. 충분한 시간 여유를 갖고 수정안과 원안 가운데 어느 것이 국익과 지역균형발전에 도움이 되는지 자유로운 토론을 거쳐야만 어느 쪽이 됐든 결과에 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일부 강경한 친박계 의원들이 의총 자체를 보이콧하려는 태도를 보이는 것도 정당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아집으로 비친다. 친박계 의원들이 금과옥조처럼 내세우는 원안이란 것도 사실은 2005년 2월 한나라당 의총에서 기존의 ‘행정수도 이전’ 당론을 뒤집고 행정부처를 분할이전하는 것으로 수정한 당론이다. 당시 수도권 의원들이 대거 불참한 가운데 열린 의총에서 수정안(현 원안)은 어수선한 논란 끝에 47 대 38로 통과됐다. 같은 해 3월 2일 국회 본회의에서 찬성표를 던진 한나라당 의원은 8명에 불과했다.

18대 국회에서 80여 석의 민주당은 160여 석에 이르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의사진행을 폭력으로 방해하며 의회민주주의를 짓밟았다. 지금은 50여 석의 친박계 의원들이 자기네 정치논리를 내세워 169명의 의총을 무시해버린다면 정당민주주의의 미래는 어디로 갈 것인가. 일방적 밀어붙이기도 안 되지만, 해볼 테면 해보라는 식으로 팔짱을 끼고 돌아앉아 있다면 진정한 국정 동반자라고 할 수 없다. 서로 견해차를 존중하며 논의하고 타협해 합리적 결론을 찾아가는 것이 정치의 본령이다.

친박계 중진인 김무성 의원은 어제 “정부 분할에 따른 비효율이 거의 없는 독립기관들을 세종시로 보내자”며 7개 정부기관 이전안을 제시했다. 한나라당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백가쟁명(百家爭鳴) 토론을 벌여 역사 앞에 책임지는 결론을 내놓기 바란다. 그것이 순리(順理)의 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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