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전교조의 정치활동에 면죄부 준 법원

  • 동아일보

전주지법 김균태 판사는 지난해 6월 ‘교사 시국선언’을 주도했던 전북 지역 전교조 간부 4명에게 그제 무죄를 선고했다. 전교조는 작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 이후 두 차례에 걸쳐 교사 시국선언을 주도했다. 시국선언문은 ‘민주주의 싹이 무참히 짓밟히고 있다’면서 미디어법 개정, 대규모 도심 집회 금지, ‘PD수첩’ 수사 등 사회세력 간에 이해가 충돌하는 정치적 사안을 놓고 이명박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판결문은 전교조 교사들을 변호하기 위한 글로 착각될 만큼 편향된 논리로 일관하고 있다. 김 판사는 ‘시국선언이 학생들에게 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는 교사들을 처벌하기 어렵다’면서 ‘시국선언 참가 교사 중에는 비조합원 교사도 있으므로 교원노조 활동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시국선언이 좌파 정치세력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고, 교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명백히 위반했음에도 이로 인한 학생의 학습권 침해를 인정하지 않은 것은 납득할 수 없다.

시국선언이 개별적으로 참여하는 방식을 택하고, 비조합원의 서명을 받은 것은 법망을 피하려는 전략이었다. 그럼에도 전교조 집행부가 시국선언을 주도한 것과 서명 교사 대부분이 전교조 소속이라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김 판사는 일부 비조합원이 섞여 있다는 이유로 ‘시국선언’이라는 교원노조의 정치활동에 눈을 감았다.

김 판사는 판결문에서 ‘여러 사람의 뜻을 모아 각각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국가에 바라는 사항을 밝힌 것이며 주된 취지가 국민의 뜻인 헌법 정신에 충실한 국정운영을 바란다는 것에 불과하다’고 전교조를 감쌌다. 전교조가 현 정부에 반대하는 투쟁의 연장선상에서 내놓은 시국선언을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본 것은 순진하다. 이 판결은 전교조의 정치활동을 부추길 우려마저 있다. 앞으로 교사가 국민의 한 사람으로 정치적 표현을 했다고 우기면 면죄부를 받을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당시 모든 좌파 세력이 정부 흔들기에 나선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교사단체는 법률에 명시된 정치적 중립성을 지켰어야 옳다. 대학교수는 정치활동을 할 수 있지만, 법률이 초중고교 교사의 정치활동을 금지한 것은 지적으로 미성숙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기 때문이다. 정파와 사회 세력 간에 첨예하게 이해가 엇갈리는 사안에 대해 초중고교 교사들이 일방적으로 한쪽 편을 들고 집단적으로 의사표시를 하는 것은 금물이다. 김 판사는 교사들이 교단에서 학생들과 하루 종일 같이 생활하며 직접 학생의 사고에 영향을 미치는 현실을 간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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