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센터를 찾는 방문객들은 머지않아 1층 로비에서 어린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만나게 된다. 포스코는 다음 달까지 어린이집 공사를 마치고 3월부터 60명의 어린이를 받을 예정이다. 기업의 얼굴이나 다름없는 사옥 로비에 육아시설을 만드는 것은 국내외에 유례가 없다. 직원들은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어 좋고, 기업 이미지도 높아질 것이다.
서울 강남에서는 땅값이 워낙 비싸 육아시설을 지을 땅을 마련하기 어렵다. 강남구청은 발상의 전환을 했다. 어린이집 면적만큼 재산세와 사업소세를 면제해 주겠다고 제안해 포스코센터에 어린이집을 짓도록 거들었다. 강남구와 서초구는 부족한 육아시설을 늘리기 위해 대기업 빌딩에 어린이집을 설치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강남구 삼성동의 대웅제약 건물과 서초구에 건립될 서울고 학습관에도 육아시설이 들어선다. 서초구는 서초동 롯데칠성 물류센터 부지에 짓는 건물에도 육아시설을 설치하도록 권고할 계획이다. 기업들이 사옥이나 보유 건물에 육아시설을 만들면 아이들을 맡길 곳이 없어 애태우는 직원은 물론이고, 인근 주민도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직장 여성의 출산율을 높이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서울의 신생아 수는 최근 2년 연속 감소했다. 작년에 서울에선 모두 9만1029명이 태어나 재작년에 비해 3707명(3.9%) 줄었고, 2008년에는 그 전해에 비해 5371명(5.36%) 감소했다. 2006, 2007년 ‘쌍춘년(雙春年)’ 특수로 일시나마 늘었던 신생아 수가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강남구는 작년부터 100만∼3000만 원의 출산장려금과 보육료 및 양육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다른 구청들도 강남구처럼 출산장려책을 펴고 있으나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인 1.19명으로 세계 평균(2.54명)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아이들을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육아시설이 늘어나야 한다. 칠레는 미첼 바첼레트 대통령 임기 중에 하루 2.5개꼴로 무려 3500개의 유아학교를 지어 출산율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
어린이집 같은 보육시설 건립은 정부가 앞장서는 것이 좋다. 기업의 여력에 비추어 무리하게 보육시설을 요구할 경우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보육시설의 설치를 의무화하거나 출산 육아에 따르는 비용을 기업이 부담하도록 강요하다 보면 여성 고용을 기피하는 기업이 생길 우려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