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정훈]김정일 집무실 위성 안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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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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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집무하는 건물 일대를 찍은 사진이 캐나다에서 발간되는 중국어 군사월간지 1월호에 실렸다. 1980년대엔 일본 NHK 등 6개 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설비가 있었는데 지금은 위성 안테나가 11개로 늘어 있다. 한국 TV 수신용이 포함된 것도 확실하다. 김 위원장은 남한과 지구촌이 돌아가는 사정을 다 보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니 자신이 북한 주민들을 고립시킨 채 유지하려는 세습전제 체제가 세계 흐름과 얼마나 동떨어진 것인지 잘 알 것이다.

▷잡지에 소개된 평양역 북쪽의 집무 건물은 김정일의 숙소가 아니다. 그는 관저를 여러 개 사용한다. 자주 가지 않는 곳엔 각종 시설을 해 상주하는 곳으로 보이게 하고, 그가 머물 것으로는 상상도 하기 어려운 곳에서 지낸다. 다른 곳으로 이동할 때는 위성에 찍히지 않도록 지하통로만 이용한다. 외부로는 자신과 닮은 ‘가짜 김정일’이 돌아다니게 한다는 첩보도 있다.

▷한국과 미국의 정보기관이 북을 상대로 하는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가 김 위원장의 동선(動線) 추적이다. 북한 노동신문과 중앙방송 등에 보도된 그의 방문처를 10여 년간 모아 분석하면 자주 가는 곳과 하루·주간·월별·연간 동선이 나온다. 근접 경호원과 관저 경비원 등 탈북자들의 진술은 공개되지 않은 동선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여기에 미국의 KH-12 첩보위성으로 찍어온 사진 정보를 보태면 그가 유사시 은신할 수 있는 장소도 대체로 파악된다. 한때 한미 정보기관은 30분 시차를 두고 김 위원장 동선을 완벽히 추적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핵 개발과 관련해 긴장이 고조되면서 지금은 그 이상일 것이다.

▷국제사회가 그토록 반대하는 핵 개발에 매달리는 김 위원장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언제 어떻게 날아올지 모를 순항 미사일이다. 토마호크 미사일은 고도(高度)가 포함된 3차원 정보를 제공받기에, 건물 3층 안쪽을 목표로 설정하면 그 높이로 뚫고 들어간다. 강력한 방탄창(窓)도 무용지물이다. 토마호크의 탄두가 방탄창에 부딪히면 폭발을 억제하는 지연(遲延)신관이 작동하기 시작하고, 미사일은 운동에너지로 방탄창을 부수고 안에 들어가 폭발하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세계와 숨바꼭질할 생각을 버리고 국제질서 속으로 들어와 세계와 손을 잡을 일이다.

이 정 훈 논설위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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