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상투적 정치 제발 그만하고 창조적 정치 좀 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2일 03시 00분


새해 예산안과 21개 예산부수법안, 추미애 국회 환경노동위원장과 한나라당이 합의한 노동관계법안이 야당의 반대 속에 지난해 12월 31일과 1월 1일 새벽 사이에 국회를 통과했다. 새해 첫날부터 나라 살림을 편법으로 짜야 하고, 노사 관계에 큰 변화를 초래할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조치를 충분한 준비 없이 시행해야 하는 사태를 피하게 된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처리 과정을 반추해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대운하 포기를 공식 선언하고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 중 대운하 사업을 하지 않겠다고 거듭 밝혔는데도 끝까지 4대강 살리기 사업을 대운하와 연결지으면서 4대강 예산을 포함한 전체 예산안 처리를 막아섰다. 민주당 의원들은 예산안 심의조차 못하도록 예결위 회의장을 15일간 점거했고, 본회의장에서 예산안이 표결 처리될 때는 ‘대운하 예산 규탄’이라고 쓴 붉은 종이쪽지를 들고 시위를 벌였다.

어디 그뿐인가. 국회의장은 여야가 국회의장석 쟁탈전을 벌일지 몰라 사흘간이나 의장석에 앉아서 ‘시위 아닌 시위’를 벌이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민주당 소속 상임위원장은 자기 당 의원들을 배제한 채 한나라당 의원들과 상임위 법안을 처리해야 했다. 민주당의 점거 때문에 한나라당이 예결위 회의장을 다른 곳으로 옮겨 예산안을 의결하는 변칙도 있었다. 하나하나가 그야말로 세계적인 코미디요, 조롱거리였다.

2010년은 우리 역사에 큰 획을 그은 여러 중요 사건의 마디가 겹치는 해이자, 21세기의 첫 10년을 보내고 다음 10년을 시작하는 첫해다. 나이 어린 초등학생들도 새 학년을 시작할 때는 각오를 새롭게 다지건만 국민의 대표라는 어른들이 시대의 큰 물줄기가 굽이치는 길목에서 이런 추태를 보인 것은 국가의 수치이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해 가는데 정치는 아직도 10년 전, 20년 전의 낡은 틀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구상에 이런 국회는 없을 것”이라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통탄 그대로다.

국민에게 선진화의 희망은커녕 절망감과 수치심만 안겨주는 국회는 정말 지겹다. 야당은 사사건건 국정의 발목을 잡으면서 ‘반대를 위한 반대’를 일삼는 정치 행태를 당장 그만두라. 여당은 늘 막판까지 몰리다 급하면 수(數)의 정치로 매사를 해결하려 드는 미련함을 버리고 평소에 치밀하게 공부하고 준비하는 정치를 해보라. 새해에는 여든 야든 제발 상투적인 정치는 그만하고 창조적 정치를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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