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의 ‘생화학 도발’ 대비하는 주한미군 가족들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28일 03시 00분


만약 북한이 서울 시내 지하철역 같은 곳에 세균이나 화학물질을 뿌린다면 어떻게 될까. 그런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 주한미군은 북이 생화학 무기를 살포해 대규모 인명 살상을 노릴 가능성이 항상 있다고 보고 대비한다. 한국 거주 미군 장병들의 전 가족에게 방독면을 지급한다. 8세 이하 자녀들에게는 이달 우주복처럼 생긴 신형 방독면으로 바꿔주고 있다. 신형은 빨대가 달려 우유도 마실 수 있다고 한다. 민간에 방독면 지급은커녕 훈련도, 대비책도 없는 우리와는 너무나 다르다.

미군 당국은 장병 가족들이 외출할 때 반드시 방독면을 챙기도록 당부했다. 미군은 대한(對韓)방위공약을 공고히 하는 차원에서 가족들도 3년간 한국에서 함께 살도록 하고 있다. 미군 가족들 사이에서 생화학 무기 공포가 확산된다면 미군의 안정적 주둔이 흔들릴 수도 있다. 시민이 많이 몰리는 곳에 생화학 무기가 뿌려진다면 대규모 인명 피해는 물론 우리 사회 전체가 엄청난 공황상태에 빠질 것이 틀림없다. 만사 불여튼튼이다.

위협적인 북의 대량살상무기(WMD)는 핵과 미사일뿐이 아니다. 북은 1961년 김일성의 ‘인민군의 화학화’ 선언 이후 생화학 무기 개발 및 생산에 힘쓰고 있다. 1980년부터는 독가스와 세균 무기 생산에 주력했다. 현재 2500∼5000t의 화학 무기를 분산 저장하고 있다. 탄저병과 천연두, 콜레라 등 10여 종의 세균 무기 생산능력도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북은 유사시와 평상시를 막론하고 생화학 무기를 사용해 후방지역 교란에 나설 위험성이 있다. 치명적 질병을 확산시킬 수 있는 세균 무기는 여느 화학 무기나 핵무기보다 살상력이 높다는 평가도 있다. 북이 특수전 병력을 활용해 본격적인 화생방 공격을 감행한다면 정규부대보다도 훨씬 위협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주한미군 가족들이 방독면을 상비(常備)하는 것을 보면서 먼 산의 불 보듯 할 일이 아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