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박제균]파리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 입력 2009년 1월 9일 02시 58분


나는 경인운하 건설에 찬성한다. 물론 4대 강 유역 개발에도 찬성한다.

솔직히 말해 이런 건설 개발사업이 경제 살리기나 일자리 창출에 큰 도움이 될지는 아직 반신반의다. 다만 이런 국토를 후손에게 물려주는 것은 죄악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경인운하 건설과 4대 강 유역 개발이 국토 개조의 시발점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누가 우리 국토를 ‘아름다운 금수강산’이라고 했던가. 적어도 2009년 한국은 결코 ‘아름다운 금수강산’이 아니다.

한 번이라도 북한산이나 인왕산, 수락산, 도봉산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본 사람은 안다. 서울이 얼마나 볼품없는 성냥갑 콘크리트 건물의 잿빛 도시인지를.

어디 서울뿐이랴. 지방 고속도로와 국도 주변에 다닥다닥 들러붙은 수많은 무덤, 관광지라고 이름 붙은 곳이면 창궐하는 천막가게와 중첩한 원색 간판, 풀어헤친 머리카락 같은 전선과 전신주들이 빗금 쳐버린 시골마을, 아무렇게나 버려진 쓰레기들이 떠다니는 물가….

파리 특파원 시절 파리 시내 건물의 리모델링 공사 현장을 본 일이 있다. 건물의 외벽은 그대로 둔 채 내부를 호박 속처럼 완전히 파내는 것이었다. 오래된 건물의 외관을 손대지 못하게 하는 법 때문이라는데, 완전히 해체하고 다시 짓는 것보다 비용이 2∼3배 더 든다고 했다. 바로 이런 노력이 세계인이 선망하는 도시 파리를 만들고, 프랑스를 연간 9000만 명의 외국 관광객이 찾는 세계 제일의 관광대국 자리에 올려놓았다.

아름다운 국토는 국가 경쟁력의 원천이다. 프랑스의 관광 수입은 연간 600억 달러(약 78조 원)에 육박한다. 올해 우리나라 예산(284조5000억 원)의 27%가량을 앉아서 벌어들이고 있다. 한국인이 정보기술(IT)산업 같은 레드오션에서 박 터지게 경쟁할 때, 프랑스 국민은 두 달 동안 바캉스를 즐기면서도 남들이 레드오션에서 피 땀 흘려 번 돈을 빨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환경 파괴를 이유로 경인운하 건설과 4대 강 유역 개발에 반대하는 이들도 어수선하고 난개발된 우리의 국토를 그대로 두자는 것은 아닐 터이다. 그런데도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 일을 착수하기 전에 반대부터 하고 보는, 일종의 패배주의가 만연하고 있다. 인천공항 개항을 앞두고도 반대 여론이 거셌지만, 오늘날 인천공항은 3년 연속 국제공항협의회(ACI)가 선정하는 ‘세계 최고의 공항’에 뽑혔다. 청계천 개발은 또 어떤가.

고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은 실무자들이 사업 추진에 대해 회의적인 전망을 늘어놓을 때마다 “해봤어, 채금자(책임자)?”라고 반문하곤 했다. 바로 이 ‘해봤어 정신’이 절실한 요즘이다. 첫 삽을 뜨기 전부터 환경론자들의 거센 반대에 부닥친 정부도 환경을 도외시한 개발연대식 건설로 밀어붙일 강심장은 아닐 것이다.

경인운하와 4대 강 유역을 아름답게 가꿔서 대표적인 한류상품으로 뜨는 그날을 기대해본다. 우리의 자식대에는 한국이 단지 성형수술을 하러, 향락관광을 하러 찾아오는 나라가 아니라 정말로 아름답기 때문에 찾는 나라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그런 날이 오도록 지금부터라도 국토 개조에 나서야 하는 건 우리 세대의 몫이다. 파리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박제균 영상뉴스팀장 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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