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지각 국회 열면서 또 ‘광우병 괴담 놀이’ 할 셈인가

  • 입력 2008년 7월 9일 23시 02분


학자나 전문가들도 다투기 마련인 ‘이론’이 아니라 확인된 사실과 통계만 놓고 보면 1억 마리가량의 소를 사육하고 있는 미국에서 광우병 소로 보고가 된 사례는 3건이다. 그중 한 마리는 캐나다에서 수입된 소였으니까 실제로는 2마리다. 그나마 1997년 동물성사료 금지조치 시행 이후 태어난 소 중 광우병으로 보고된 사례는 한 건도 없다.

10일 등원하기로 한 민주당은 이런 객관적 사실을 무시하고 가축전염병예방법을 개정해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통제하겠다고 한다. 현실적으로 광우병 위험성이 제로에 가까운데도 법을 바꾸겠다고 하는 것은 입법 행위를 통해 위험을 부풀리고 혹세무민(惑世誣民)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미국 소=광우병 소’ ‘미국산 쇠고기 수입=인간광우병 수입’이라는 괴담을 법제화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러려고 41일간이나 국회를 팽개쳐 놓고 촛불시위대 옆에서 곁불을 쬐었다는 말인가. 민주당의 원혜영 원내대표는 “우리가 장외투쟁을 포기하고 원내로 가는 것은 아니다”라며 원내외 병행투쟁 방침까지 밝혔다. 촛불시위가 전문 운동꾼들에 의해 ‘이명박 정권 타도’ 운동으로 바뀌었음이 명백해졌는데도 장외투쟁을 하겠다는 것은 스스로 대의민주주의의 주체임을 부정하는 것이나 같다. 그럴 바엔 국회에 들어갈 이유가 없다.

더 한심한 것은 여당인 한나라당이 가축법 개정에 합의해줬다는 사실이다. 야당에 끌려 다니며 ‘괴담 놀이’에 장단이나 맞춰주겠다는 것이다. 등원이 급해서였다고는 하나 집권 여당으로서의 책임을 방기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그런 자세라면 국회가 열린들 고유가로 인한 경제위기는 물론 화급한 국정 현안들이 제대로 다뤄지기나 하겠는가.

여야는 ‘쇠고기 국정조사’에도 합의했다. 민주당은 가급적 조사기간을 늘려 잡겠다고 한다. 졸속 협상을 되짚어봄으로써 반면교사로 삼겠다는 생각보다는 이 또한 꺼져가는 ‘촛불 민심’에 영합하겠다는 당리당략의 냄새가 짙다. 이것이 국회 정상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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