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희균]‘수월성 홍보’로 색깔 바꾼 교육개발원

  • 입력 2008년 4월 19일 02시 58분


새 정부가 수월성 교육을 통한 경쟁력 강화를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교육개발원이 최근 ‘세계의 수월성 교육’이란 책자를 교육담당 기자들에게 일일이 보냈다.

이 자료는 핀란드와 미국 등 수월성 교육 선진 11개국을 탐사해 우리나라에도 수월성 교육이 필요하다는 점을 밝힌 것으로 내용 자체가 새로울 것은 없다. 책자를 받고 참여정부 시절 교육개발원이 보여 온 행태가 새삼 떠올랐다.

정부출연 연구기관인 교육개발원은 과거 국내 최대의 교육연구기관이란 평가를 받았지만 참여정부 시절에는 평준화정책의 정당성을 입증하는 연구를 많이 수행해 ‘코드 연구’ 논란이 많았다.

정부 방침과 상충될 만한 소지가 있는 자료는 대외비라는 이유로 공개를 거부하기 일쑤였다. 참여정부 코드에 맞는 집행부가 들어서면서 수월성 연구는 뒷전으로 처졌고 한 영재교육 전문가는 ‘코드’ 때문에 사실상 쫓겨났다.

이런 교육개발원이 정권이 교체되자 갑자기 태도를 바꿔 ‘수월성’을 강조하는 것을 보니 격세지감이 든다.

책 내용을 보면 ‘새 정부 교육정책의 핵심 어젠다인 수월성 교육 집중 조명’ ‘한국 수월성 교육정책의 비전 제시’ ‘수월성 교육이 교육의 새로운 동력’ 등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자료로 착각할 만하다.

교육개발원은 참여정부 초기인 2004년 9월부터 전국 고교생의 학력평가 자료를 분석해 ‘평준화 지역이 비평준화 지역보다 언어 수리 외국어 모두 성취도가 높다’고 주장했다.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우리나라 교육의 성공 요인을 평준화 제도로 보고 있다’ ‘사실 핀란드와 미국 등 선진국도 중등교육은 학군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참여정부 교육철학인 평준화를 옹호한 바 있다.

특히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의 문제점만을 부각하는 엉성한 연구보고서를 만들어 ‘특목고 죽이기’ 정책의 이론을 제공했는데 이제는 대통령 공약인 자율형사립고 정책을 의식한 듯 ‘수월성 교육을 위해 사립고교 운영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연구기관은 전문성 못지않게 정직성이 생명이다. 이것이 흔들리면 모든 신뢰를 잃는다. 정권 코드에 맞춰 춤을 추던 교육연구기관이 아무런 반성 없이 돌변하는 모습을 그냥 두고 보기에는 정말 마음이 편치 않다.

김희균 교육생활부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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