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칼럼/정재형]인터넷 극장이 공룡되는 날

  • 입력 2008년 4월 19일 02시 58분


‘경제 살리는 대통령’을 내세운 새 정부가 출범했다. 새 정부는 규제를 푸는 다양한 경제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문화 관련 정책은 아직 원론 수준에 머문 듯 보인다. 경제정책과 마찬가지로 문화정책 역시 간단치 않다. 돈이면 안 되는 일이 없다는 세상이지만, 문화는 투자만 하면 만들어지는 그런 것이 아니다. 한때 반짝하는 것 같아도 뿌리 없는 문화현상은 곧 사그라지고 만다.

지난 10년간 영화 분야가 그랬다. ‘돈 놓고 돈 먹기’ 식으로 대작 영화에만 열중했고 관객 점유율로 한국영화의 성장을 급조했다. 그 결과 수익률 ―46%라는 심한 후유증을 지금 앓고 있다. 영화산업은 원점으로 되돌아왔고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영화인들은 책임 공방에 휩싸였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노무현 정부 시절 문화예술단체장들 간의 어색한 동거, 영화감독협회가 영화진흥위원회의 해체를 주장하고 영진위 구성과 위원장 자리를 놓고 물밑 작업이 한창인 작금의 현상은 오랜 반목이 낳은 어수선한 풍경이다.

혼돈의 10년을 지나오면서 민심은 정치에서 이탈했고 경제만이 최상의 과제로 남았다. 검열 철폐를 통해 ‘표현의 자유’를 얻기는 했지만, 영화판에서는 좋은 소재를 영화로 만들기 힘들었고 상상력은 밑바닥에 머물렀다. 오직 파이만 키우면 된다는 듯이 실적주의와 물질숭배사상이 팽배해졌다. 블록버스터와 멀티플렉스, 스크린 독과점 등이 그런 폐해에 속한다.

이제 이명박 정부는 이 모든 문제를 영화가 가진 문화적 유연성으로 다스려야 한다. 자본도, 자원도 부족한 한국에서 문화산업은 여전히 중요하다. 지난 10년간 영화 자본과 정책은 산업만능주의에 빠져 오히려 시장과 다양성을 크게 훼손했다. 그 결과 정책이란 것이 문화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얼마나 중요한가를 다시 한 번 깨닫게 됐다. 새 정부가 이뤄야 하는 영화정책에서는 서민경제와 관련된 부의 축적과 분배, 그리고 문화다양성의 향유가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

첫째, 부를 축적하려면 내수보다는 해외 수출을, 극장보다는 인터넷을 이용한 네트워크 시네마를 적극 도모해야 한다. 국내 극장 수익만으로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기 어렵다. 국내시장에서 한국영화만으로 장사할 수는 없고 할리우드 및 기타 국가들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다양한 저예산 영화를 활성화하기 위해 네트워크 시네마를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앞으로 네트워크 시네마는 멀티플렉스 극장보다 더 큰 이윤을 낼지도 모른다.

둘째, 영화 제작에 종사하는 예술가보다 투자와 배급, 상영을 하는 사람이 돈을 버는 구조는 지양할 필요가 있다. 이윤이 모든 사람에게 골고루 분배될 수 있도록 정부는 시장 분위기를 조성할 의무가 있다. 어떻게 실천하느냐는 시장 자율성에 맡겨야 하지만, 법적 제도적 장치는 정부의 의지가 작동해야 한다.

셋째, 영화를 통한 활동이 단지 기업의 돈 버는 행위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 영화는 돈 버는 도구이기도 하지만 국가 브랜드 가치이며 서민들의 훌륭한 오락문화이자 예술인 까닭이다. 그러므로 상업영화는 시장의 자율에 맡기되 비상업영화는 국가가 철저히 보호하고 육성해 보급할 것을 제안한다.

서민은 문화 서비스에서 큰 감동을 얻는다. 공공도서관이나 박물관에서 문화를 향유하는 서민들은 돈이 없어도 정신적으로는 부유한 국민이라는 자부심을 느끼게 된다. 경제를 살리자는 대의명분 아래 흔히 문화 관련 예산부터 줄이고 보는 사례를 자주 접하게 되는데 그건 분명 잘못이다. 문화를 키우면 경제성장 못지않은 더 큰 이득을 얻을 수 있다.

정재형 동국대 영화영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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