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김성곤]해리포터 마법에 꿈은 현실이 된다

  • 입력 2005년 12월 6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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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소설 ‘해리 포터와 혼혈왕자’가 출간되고 영화 ‘해리 포터와 불의 잔’이 개봉됨에 따라 세계는 다시 한번 해리 포터 열풍에 휩싸이고 있다.

서점은 또다시 천문학적 판매부수를 기록하고 극장 앞은 해리 포터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사람들은 왜 이처럼 해리 포터에 이끌리고 있을까. 도대체 무엇이 해리 포터 신드롬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일까?

해리 포터의 등장과 인기는 존 로널드 톨킨의 ‘반지의 제왕’이나 클라이브 스테이플스 루이스의 ‘나니아 연대기’를 비롯한 판타지 장르의 부상과 맥을 같이한다. ‘반지의 제왕’의 성공에 이어 ‘나니아 연대기’ 중 하나인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도 최근 영화화되어 연말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데 해리 포터 또한 그러한 영국 판타지 전통 위에 서 있기 때문이다. 판타지 장르가 각광받게 된 데에는 물론 정통문학과 비주류문학, 성인문학과 아동문학, 그리고 현실과 환상 사이의 경계 소멸을 주장했던 포스트모더니즘의 힘이 컸다. 정통 판타지는 아니지만 해리 포터의 등장은 그러한 시대적 변화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해리 포터의 인기를 충분히 설명할 수 없다. 해리 포터가 환영받는 이유는 우선 그것이 컴퓨터 게임처럼 재미있는 소설이기 때문이다. 해리 포터가 아이들을 다시 종이책으로 데려왔다고도 말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해리 포터가 재미와 감각과 구성 면에서 컴퓨터 게임 같은 소설이고, 그래서 아이들이 즐겨 읽는다는 것이 좀 더 설득력 있는 지적일 것이다. 그리고 그 재미의 바탕에는 그리스신화, 켈트신화, 북유럽신화가 자리 잡고 있다.

해리 포터가 만인의 사랑을 받는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그것이 전형적인 신화적 영웅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주인공이자 고아인 해리가 겪는 역경과 모험에서 사람들은 진정한 영웅의 모습을 보고 박수를 보낸다. 또 호그와트 마법학교에서 일어나는 환상적인 사건들은 학교가 좋거나 지겨운 아이들 모두에게 엄청난 즐거움과 대리만족을 준다. 그리고 놀라운 속도와 기술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퀴디치 게임 또한 스포츠와 경쟁과 승리를 좋아하는 젊은 독자들을 매료시킨다. 시리즈마다 펼쳐지는 저자의 새로운 상상력과 참신한 주제도 해리 포터를 읽는 커다란 즐거움 중 하나다.

해리 포터가 많이 읽히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그것은 오늘날 전 세계가 공유하고 있는 공동의 관심사와 시대정신을 담고 있으며 주제 면에서도 동시대의 다른 작품들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해리 포터에서 발견되는 중요한 주제들―타자에 대한 이해와 포용(머글과 마법사들), 제3의 가능성 추구(호그와트행 급행열차를 타는 플랫폼의 위치), 선악의 이분법적 경계 해체, 혼혈에 대한 편견, 비밀 기사단, 그리고 순수혈통주의자들의 독선 등―은 동시대의 베스트셀러들인 ‘단테클럽’ ‘다빈치 코드’ ‘천사와 악마’의 주제와 궤를 같이하고 있다.

컴퓨터의 등장으로 오늘날 우리는 현실과 가상현실 사이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시대에 살고 있다. 해리 포터는 그 틈새를 비집고 들어와 젊은 독자들의 상상력을 즐겁게 해 준다. 로즈메리 잭슨은 “현실과 환상은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상호 보충적이어서 서로를 비추는 거울의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해리 포터를 읽으며 독자들은 환상을 즐기지만 궁극적으로는 현실 세계의 문제점들을 성찰하게 된다. 해리 포터가 이 시대의 중요한 문화현상으로서 독특한 문학적 가치를 갖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작가 조앤 롤링의 상상력이 고갈될 때까지 해리 포터는 당분간 전 세계 독자들을 매료시킬 것이다.

김성곤 서울대 교수·영문학 한국현대영미소설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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