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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년 6월 28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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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러시아는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국가이미지 개선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전 세계에 나가 있는 자국 대사들을 모스크바로 불러들여 “해외에서 러시아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는 데 외교의 역점을 두라”고 특별지시를 했다.
올가을에는 3000만 달러를 투입한 ‘러시아판 CNN’도 선보인다. 러시아 국내 뉴스와 러시아의 시각으로 본 국제뉴스를 세계에 전하는 위성방송 러시아투데이(RT)가 문을 열게 된 것이다. 200여 명의 기자로 운영되는 RT는 러시아어가 아닌 영어로 진행된다.
크렘린이 이 방송의 창설을 결심한 것은 서방 언론이 러시아의 현실을 왜곡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냉전이 끝난 지 10년이 넘었는데도 서방 언론은 여전히 러시아의 부정적인 면만 찾아내 부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 ‘프로파간다 센터’의 나탈리야 만드로바 소장에 따르면 해외에서 바라보는 러시아에 대한 이미지는 몇 가지로 고정돼 있다. 예를 들면 ‘러시아 여성은 예쁘다’라든지 ‘러시아에서는 온갖 극단적인 일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또 러시아인은 정신세계는 ‘남다르지만’ 촌스럽고 술을 많이 마시고 믿을 수 없는 것으로 묘사된다. 지저분한 화장실과 전반적인 인권 경시 등도 러시아의 이미지를 구성하고 있다. 한마디로 옛 소련 시절의 낡은 이미지를 벗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반면 최근 5년 동안 연평균 6.3%의 경제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역동적인 러시아의 모습을 외신에서 찾아보기 어렵다는 게 푸틴 대통령의 불만이다. 국가이미지란 것이 한번 고정되면 그만큼 바꾸기 힘들다는 얘기다. 러시아의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앞으로 20년 동안 매년 10억∼15억 달러의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하지만 크렘린의 주장처럼 러시아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 확산이 순전히 서방 언론의 왜곡보도 때문일까?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의 보좌관을 지낸 게오르기 사타로프 박사는 “부정적인 이미지와 맞서 싸우기보다 먼저 부정적인 면을 개선하라”고 충고했다. 예컨대 러시아의 부패가 심하다는 외신 보도를 놓고 논쟁을 벌일 것이 아니라 부패 그 자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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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국가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로 인식되고 있다. 국가브랜드가 좋아야 수출도 잘되고 투자와 관광객도 들어오는 세상이다.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막대한 비용과 노력, 시간을 들여 국가이미지 홍보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상품’ 자체가 별 볼일 없으면 아무리 뛰어난 마케팅 기법을 동원해도 시장에서 팔기 어렵다는 경영학의 상식이 국가이미지 홍보에도 적용되는 것이 아닐까. 그것은 한국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김기현 모스크바 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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