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특검과 총리 인준은 구분해야

  • 입력 2003년 2월 23일 19시 07분


한나라당이 고건 총리내정자에 대한 인준을 특검법과 연계해서 처리한다는 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은 25일 총리 인준에 앞서 대북 송금 사건과 관련한 특검제 법안을 먼저 처리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이를 반대하는 민주당과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우리는 이 두 가지 현안이 엄밀히 말해 별개의 것으로서 이를 정략적으로 연계해서 처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본다.

총리 인준이 정략에 좌우되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앞으로 총리가 바뀔 때마다 매번 치르게 될 국가적 대사이기 때문이다. 총리는 최고 자리의 국가지도자라는 점에서 반드시 철저한 검증을 거치는 전통을 뿌리내려야 한다. 반면에 특검법안은 이번 한번에 국한되는 만큼 특검법의 통과 여부가 총리 인준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면 연계 처리는 피하는 게 옳다.

고건 총리내정자가 25일 출범하는 노무현 정부의 첫 총리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총리 인준에 너그러울 필요도, 더 엄격할 이유도 없다. 다만 그가 갖고 있는 도덕성과 업무수행 능력을 고려해 적합한 인물인지 판단하기만 하면 된다. 총리가 되기에 자질이 부족한 인사가 정치적 타협에 의해 인준 절차를 통과하는 것도 안되지만 자질과 능력이 충분히 있는데도 총리 인준을 받지 못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특검과 총리인준을 구분해야 할 또 다른 이유는 특검의 정당성을 희석시킬 우려 때문이다. 특검에 대해서는 다수 국민이 실시를 요구하고 있고 대북 송금의 진상을 규명하는 데는 달리 방법도 없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연계처리 방침이 자칫 새 정부에 대한 발목잡기로 비치게 되면 특검에도 영향을 주지 않을까 우려된다.

민주당도 특검을 무조건 피하려는 태도는 버려야 한다. 한나라당의 연계 전략을 빌미로 특검을 빠져나가려 한다면 여론의 또 다른 화살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한나라당이 새 정부 출범에 즈음해 국회 다수정당으로서 성숙한 모습을 보여 줄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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