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국립국악원 양로원공연 웃음꽃 만발

  • 입력 2000년 12월 19일 18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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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들 강변 봄 버들, 휘휘 늘어진 가지에다가….” “얼씨구.” “잘한다.”

초겨울 스산한 북한산 기슭의 양로원이 흥겨운 노래와 추임새로 뒤덮였다.

국립국악원(원장 윤미용) 연주단 9명은 19일 낮 서울 구기동의 청운양로원을 방문해 가야금병창, 판소리, 한량무 등 국악과 무용을 선보였다. 양로원 내 강당을 메운 80여명의 할머니들은 연신 손으로 장단을 맞추고 연주자 쪽 무대공간으로 나와 덩실덩실 춤을 추며 흥겨워했다.

국립국악원은 1990년부터 교도소 군부대 등을 돌며 ‘찾아가는 국악원’ 공연을 갖고 있다. 올해 26번째인 이번 공연을 시작으로, 내년에는 쓸쓸한 할아버지 할머니들에게 흥겨운 가락을 들려줘 웃음을 찾게 하겠다는 계획.

역사가 73년이나 되는 청운양로원에는 현재 무의탁 할머니 140여명과 할아버지 11명이 여생을 보내고 있다. 연신 손장단을 맞추며 즐거워하던 임공순할머니(72)는 “젊은 사람들이 춤도 소리도 참 예쁘게 잘한다”며 “몸이 성하다면 앞에 나가 춤도 추겠지만 목발에 의지하는 몸이라 마음뿐”이라고 아쉬워했다.조부와 부친에 이어 3대째 양로원을 운영하고 있는 이종후 원장은 “경기 탓인지 연말인데도 예년보다 찾는 사람이 적어 노인들이 쓸쓸해 하신다”며 “오늘 흥겨운 장단에 함께 즐거워한 할머니들이 오랫동안 이 이야기로 웃음꽃을 피울 것 같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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