딕 포스베리가 1968년 뉴욕 육상대회 높이뛰기에서 배면뛰기로 바를 넘고 있다. 그는 배면뛰기를 처음 시도한 선수다. AP 뉴시스
유상건 상명대 스포츠ICT융합학과 교수 인공지능(AI)이 등장한 이후 ‘창의성’에 대해 자주 생각하게 된다. 대학 현장도 마찬가지다. 수업 방식과 내용, 평가에 이르기까지 AI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고민이 깊다. 처음에는 학생들의 에세이 수준이 눈에 띄게 높아져 ‘가르치는 기술이 좋아졌나’ 하는 뿌듯함도 있었다. 하지만 곧 다른 이유가 있음을 알게 됐다. 최근 한 유명 사립대에서 AI가 70% 이상 작성한 박사 논문이 심사를 통과했다는 소문을 들었다. 해당 논문이 과연 ‘창의적’인지는 잘 모르겠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미디어랩의 미첼 레스닉 교수는 “창의성은 일상에서 마주하는 새로운 상황에 대해 새로운 해법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설적인 카피라이터 제임스 웹 영은 “아이디어란 기존의 요소를 새롭게 조합하는 것”이라 정의했다. 창의성이란 결국 존재하는 것을 변화시키거나 기존의 영역에 새로운 요소를 결합하는 사고와 실천이라 할 수 있다.
스포츠 현장은 어떨까. 창의성은 스포츠에서 단순히 ‘존재하는 것들의 새로운 연결’만으로 구현되지는 않는다. 사고의 전복이 필요한데 대표적인 예가 높이뛰기의 포스베리 플롭(Fosbury Flop·배면뛰기)이다. 1968년 멕시코시티 올림픽에서 배면뛰기가 등장하기 전까지 선수들은 가위뛰기나 배를 땅으로 향한 자세로 바를 넘었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몸의 앞쪽을 향해 장애물을 넘기 마련이지만, 포스베리는 무게중심의 이동과 신체 회전 원리를 뒤집는 발상으로 가장 독창적인 운동 기술 중 하나를 만들어냈다.
또 다른 창의적 사례로는 스피드스케이팅의 ‘클랩 스케이트’가 있다. 스케이트 날의 뒤쪽이 신발과 분리돼 자연스럽게 뒤꿈치가 들리도록 설계됐는데 발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됐고, 스피드를 높일 수 있었다. 스키점프 선수들이 공중에서 날아가는 장면을 보면 스키는 ‘V자 형태’를 이룬다. 초기에는 공중에서도 스키를 십일자 형태로 유지했지만, 스키점프를 ‘도약’이 아니라 ‘비행’으로 이해하면서 공기 저항을 더 활용하게 된 경우다.
신체 부위 중 가장 둔탁한 발을 사용하는 축구에서는 오히려 창의성이 극대화된다. 흔히 기술은 상대를 ‘속이는 행위’로 여겨진다. 공격수는 어깨를 왼쪽으로 기울여 돌파하는 듯 보이지만, 발목을 반대 방향으로 꺾어 공간을 뚫고 나가는 식이다. 창의성은 발의 사용 방식을 한층 더 확장시켰다. 패스할 때 발 안쪽과 바깥쪽뿐 아니라 발바닥과 뒤꿈치까지 활용한다. 선수의 위치보다 기능에 주목하기 시작하면서 ‘가짜 9번’, 티키타카, 빌드업처럼 과거에는 존재하지 않던 창의적인 전술도 가능해졌다.
올해는 국제 스포츠 이벤트가 풍성하다. 2월에는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겨울올림픽이 열리고, 3월부터 같은 무대에서 패럴림픽이 이어진다. 6월에는 캐나다와 멕시코, 미국 16개 도시에서 월드컵이 펼쳐지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도 팬들을 기다린다. 올해도 경기장 곳곳에서 창의적인 플레이가 많이 나올 것이다. 이를 통해 스포츠 팬들은 적잖은 영감을 얻게 될 것이다. AI 시대에도 스포츠는 인간 창의성의 실험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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