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 기자간담 내용]"경제위기 반드시 극복"

  • 입력 2000년 10월 16일 18시 47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16일 오후 청와대에서 출입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노벨평화상 수상에 대한 소감과 앞으로의 국정운영 구상을 밝혔다. 30여분간 진행된 간담회에서 김대통령은 기자들에게 농담을 건네기도 하는 등 시종 밝은 표정이었다. 김대통령은 노벨평화상 수상에 바라는 국민의 기대를 반영한 듯 ‘화합의 정치’를 국정운영의 기본 틀로 삼겠다는 점을 강조했고, 경제위기에 대해서는 “반드시 극복할 수 있다. 나를 믿으라”고 말해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서두발언

여러분의 축하에 진심으로 감사한다. 여러분 아시는 대로 73년에 일본에서 납치돼 배 갑판 밑에서 결박된 채 몇 시간 죽음을 기다린 적이 있고 80년에는 사형선고를 받기도 했는데 결국 이를 극복했다. 이를 가능하게 한 힘의 하나는 역사를 통틀어 정의롭게 사는 사람은 당대에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후세에 역사 속에서 정당하게 평가받는다는 사실이다. 지금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준비를 하고 있는데 26개국의 정상들이 모여 아시아와 유럽간의 정치 군사 경제 사회 문화 분야에서 협력관계를 발전시키는 회의를 한다. 우리나라로서는 큰 국가적 경사이자 아시아와 유럽간의 공고한 협력과 발전에서 아주 중요한 계기다. 반드시 성공적으로 치러야 한다. 노벨상을 수상하고 나서 많은 생각을 했으나 워낙 아시아유럽정상회의에 몰두해 충분한 구상은 하지 못했다. 대체적인 향후 구상을 말씀드리겠다.

첫째, 화합의 정치를 펴나가겠다. 둘째, 인권과 민주주의의 모범국가가 되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 셋째, 남북관계를 착실히 발전시키겠다. 이번에 노벨위원회에서 상을 주면서 남북관계를 특별히 지적한 데 대해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넷째, 이 나라를 세계적인 경제강국으로 만들겠다. 다섯째, 무엇보다 서민들의 생활을 지키겠다. 이 다섯 가지에 대해 앞으로 국민과 여러분의 협력을 얻어 최선을 다하겠다. 아시아유럽정상회의 후 많은 분들의 의견을 듣고 깊이 생각해 다시 한번 말씀드릴 기회를 갖겠다.

▽일문일답

―노벨평화상 수상이 확정된 순간 무슨 생각을 했나. 향후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노벨평화상 뉴스를 아내와 같이 지켜보다가 발표가 되자 창피한 얘기지만 같이 껴안고 좋아했다. 막상 받고 보니 꿈만 같았다. 그러나 정말 책임이 무겁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어떤 분이 정답을 얘기했는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면 그걸로 끝이지만 노벨상에서 금메달을 따면 책임이 더 무거워진다고 하더라.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에 대해 미안한 생각과 감사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앞으로도 더욱 남북관계를 잘 발전시키겠다.”

―노벨평화상 수상과 때맞춰 논란이 되고 있는 달라이 라마의 방한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정부에서 신중하게 검토 중이다.”

―오늘 사직동팀의 해체 결정에 노벨상 수상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인권과 민주주의 신장을 위한 구상을 밝혀달라.

“사직동팀이 그동안 수고했는데 감사하다. 몇 번 검토를 했는데 이번에 말썽도 있고 해서 이 기회에 정리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했다. 노벨상과는 직접 관계가 없다.”

―발표 1초 전에도 수상 사실을 정말 몰랐나. 노벨상 수상 후 경제와 민생문제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큰데 구상을 밝혀달라.

“10분의 1초 전에도 몰랐다.(좌중에 웃음) 경제문제는 이미 정부에서 12개 과제를 발표했는데 4대 개혁과제를 약속대로 마무리하는 데도 어려운 점이 많다. 매월 추진상황을 보고받을 계획이다. 경제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해낼 수 있다. 확신한다. 우리를 믿고 나를 믿으면 해낸다. 과거에 우리가 힘을 합쳐서 이보다도 훨씬 더한 외환위기를 극복했다. 내부요인도 있으나 어쩔 수 없는 외부요인도 있다. 이번 기회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자. 쉽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노벨평화상 상금은 어디에다 쓸 생각인가. 야당에서 사정정국이 전개되지 않느냐는 우려를 하고, 또 큰 정치를 이유로 당적이탈을 요구하고 있는데….

“형식이야 내가 상금을 받았지만 우리 국민이 지원해서 받은 상금이므로 개인적으로 쓰지 않겠다. 국민과 민족을 위해 뜻있게 쓰겠다. 어떻게 쓰는 것이 좋은지 많은 아이디어를 달라. 당적 이탈문제는 여러가지 측면이 있다.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다.”

<최영묵기자>y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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