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역술사이트 '애스크퓨처닷컴'이수 사장

  • 입력 2000년 9월 24일 19시 28분


가끔씩 외국인들이 얼굴을 내미는 이태원 주택가 골목길을 구불구불 따라 들어간다. 채 거두지 않은 포도송이들이 초가을 햇살에 말라가는 한 빌라. 주한 외교관들이 주로 산다는 이곳이 최근 뜨거운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역술 사이트 ‘애스크퓨처닷컴(www.askfuture.com)’의 사무실이 있는 곳이다.

사주를 보러온 듯한 중년부인을 배웅하며 이수(35·본명 이지승) 사장이 나타났다. 양복 차림에 말쑥한 차림새. 방문자의 선입견을 철처히 배반(?)하는 차림새다.

이사장은 원래 점이나 역술과는 관련이 없는 사람이었다. 서강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주택은행 등에서 외환딜러로 6년간 근무한 이력이 있다. 그러던 중 뜻밖의 금융사고로 직장을 잃었다. 벼랑 끝에 서 있던 시절, 삶의 돌파구로 찾아낸 것이 바로 역학이었다. 2년의 독학 끝에 인간운명의 규칙성을 발견, 본격적으로 역학에 뛰어들었다.

“원래 사주는 상대방을 직접 보지 않고도 빈부귀천을 알아맞히는 학문입니다. 따라서 웹상에서 충분히 가능하리라 생각했죠.” 이사장이 밝히는 창업 동기다. 애스크퓨처닷컴은 올해 6월 PC통신 하이텔의 역학동호회를 중심으로 태동했다. 이사장은 동호회 안에서 정평있는 실력자를 추려내고 입소문을 쫓아 전국을 돌아다녔다. 이 과정에서 그와 필진 후보자들은 ‘진검승부’를 통한 검증과정을 거쳤다. 결국 자미두수, 성명학, 관상 해몽, 육효, 성명학 등 국내에서 내로라 하는 전문가들이 모이게 됐다.

이사장은 원래 인생 사주를 풀어주는 추명가였지만 요즘엔 재테크, 그중에서도 주식투자 전문가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 그의 재테크 사주풀이는 명쾌한 해답으로 주식시장 ‘개미’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이달에 증권하면 분명히 망하니 빨리 손을 떼라” “○○분야 주식을 사면 대길하다” 등 그의 사주풀이는 두루뭉술하지 않고 구체적인 것이 특징이다. 지금 바닥을 기고 있는 증시에 관해 묻자 “10월에 급반등해서 11월 중순까지 활황이 계속될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그에게 운명학에 관해 묻자 “틀리면 미신, 맞으면 과학”이란 말을 꺼낸다. 그 표정이 너무 진지해 슬쩍 웃음을 짓던 기자가 무안해질 정도다.

나중에 깨달았지만 사실 이 말이 애스크퓨처닷컴의 사업철학이었다. 애스크퓨처닷컴은 철저한 ‘예언 공개’를 통해 네티즌들에게 인정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과학적인 예측을 통해 나온 결과를 공개적으로 검증받겠다는 것.

이를 위해 인터넷상의 ‘예측공장’에서 6효를 이용해 뽑은 일기예보를 기상대 예보와 비교하고, 올림픽 같은 스포츠 경기의 결과를 ‘자신있게’ 예측하기도 한다.

케이블 와우(WOW)TV에서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에서도 실시간 생방송으로 사주를 풀어준다.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오는 질문에도 48시간 이내 공개답변을 원칙으로 한다.

“적중률이 떨어지면 네티즌들이 외면할 것 아니겠어요? 하지만 우리 사이트의 운세를 살펴보면 앞으로 사업이 계속 이어지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역학의 과학성을 공개적으로 검증받겠다는 애스크퓨처닷컴, 과연 얼마나 적중률을 보일지 궁금하다.

<문권모기자>afric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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