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장관 '청탁스타일']일면식없어도 "신경 좀 써달라"

  • 입력 2000년 9월 4일 18시 57분


‘얼굴 한번 본 적 없어도, 사소한 인사 청탁까지….’

박지원(朴智元)문화관광부장관의 ‘청탁 스타일’이 화제다. 이수길(李洙吉)한빛은행 부행장이 검찰에서 밝힌 내용에 따르면 박장관은 대통령 공보수석비서관이던 지난해 3∼5월 ‘일면식도 없는’ 그에게 전화를 걸어 지극히 사소한 문제까지 챙긴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부행장은 3일 “박장관을 먼발치에서 봤을 뿐”이라며 박장관과는 전혀 모르는 사이라고 주장했다. 박장관은 이부행장과의 통화에 앞서 김진만(金振晩)은행장에게 먼저 전화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김행장도 4일 “박장관과 악수만 한번 나눴을 뿐 아는 사이가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물론 사실 여부를 검증해볼 일이지만 사실이라면 박장관은 일면식도 없거나 악수만 한번 나눈 사람에게 ‘청탁성 전화’를 한 셈이다.

게다가 청탁 내용도 고위직 인사의 ‘관심사’라고 하기엔 대단히 ‘사소한’ 것이었다. 박장관은 이부행장에게 건 두번째 전화에서 “한빛은행 자회사의 한 용역사원이 1년 계약기간이 끝나가니 신경 좀 써달라”고 부탁했다는 것.

박장관의 이같은 청탁 스타일을 보면서 신용보증기금 전 영동지점장 이운영씨의 ‘박장관 전화압력’ 주장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이씨는 “지난해 2월 박장관으로부터 ‘아크월드는 전망이 좋은 회사이니 15억원을 지급보증 해주라’는 압력 전화를 받았다”고 주장했고, 이에 대해 박장관은 “명색이 장관인 내가 일면식도 없는 일개 지점장에게 전화했겠느냐”고 반박했던 것.

그러나 일면식도 없는 부행장에게 계약직 직원의 인사를 청탁하는 게 그의 스타일이라면 지점장에게 대출보증 부탁도 못할 리 있겠느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회사원 장모씨(43)는 “장관급 인사에게 세금으로 비서를 붙이고 관용차까지 주는 이유는 이런 사소한 일에 신경쓰지 말고 정책 판단 등 국사(國事)를 다루라는 뜻일텐데…”라며 입맛을 다셨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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