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 仁山문예창작펠로/김운하]"목숨 건 글쓰기"

  • 입력 2000년 7월 4일 18시 44분


“문학에서 실패하면 죽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조경란과 함께 첫회 동아인산문예창작펠로로 선정된 김운하(36·본명 김창식)는 ‘삶이 곧 소설’ 인 굴곡많은 인생을 살아온 작가.

일찍 어머니를 잃고 고등학교때 부친마저 사망한 뒤 막노동하며 대입준비. 어렵게 서울대 신문학과에 입학한 뒤 고학을 하며 언더 서클에서 청춘을 보냈고, 2년 남짓 직장생활 한 뒤 미국 뉴욕대 정치학과 대학원에 유학.

“대학시절 현실변혁의 열정으로 정치를 공부해보려 했죠. 그러나 미국의 고학생활은 너무나 힘겨웠어요. 마침 92년 대선이 다가오면서 정치권에 있던 선배들이 귀국을 권했습니다.”

야당 진영에서 온힘을 다해 뛴 결과는 패배. 95년까지 통합야당에서 총재 공보정책 담당 비서관을 지냈다. 어느날 문득 회의가 들었다.

“개인의 힘으로 단시간에 정치현실을 바꾸기는 힘들겠다고 생각됐어요. 예술을 통해 인생이 제기하는 문제의 답을 찾아보는 것이 더 보람된 일이 아닐까….”

매일 원고지 100∼200장씩 공보자료를 작성하던 속필로 첫소설 ‘죽은 자의 회상’을 써서 95년 문학사상 신인상에 응모했다. 첫 소설이 당선돼 등단작이 됐다. 1996년 장편 ‘사랑과 존재의 피타고라스’를, 98년 장편 ‘언더그라운더’를, 99년 창작집 ‘그녀는 문밖에 서 있었다’를 발표했다. 평단의 주목을 받았지만 작품이 담고 있는 사념의 무게 때문에 대중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그가 창작구상문으로 제출한 작품 제목은 ‘자살 금지법’. 한 목사가 심장마비로 쓰러져 죽은 뒤 다시 살아난다. 그의 부활은 대중의 열정적인 관심을 끌지만 그는 기자회견장에서 무신론적 발언을 한 뒤 자살하고 만다. 이를 계기로 자살의 광기가 전 사회에 확산되는데….

“과다한 스트레스를 강요하는 문명속에 죽음이라는 문제를 던지면서 ‘속도의 광기’를 문제시하고자 하는 작품입니다. 답을 강요하는 대신 독자가 함께 고민하는 작품이 될 것입니다.”

작가는 낮에는 마포도서관에서 철학서적과 씨름하고 밤에는 단칸방에서 원고와 씨름하는 고행을 5년째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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