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NYT사설/"세계가 놀란 만남"

  • 입력 2000년 6월 15일 19시 29분


남북한 정상의 첫 번째 만남은 지구상에서 가장 불안정한 지역의 긴장을 완전히 제거하지는 못했지만 반세기의 대립을 극복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남북정상회담은 놀라울 정도로 화목한 분위기에서 펼쳐졌다. 모호한 표현들이긴 하지만 첫 만남을 통해 현실적으로 바랄수 있는 모든 사안이 포함된 공동 선언문도 발표됐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더욱 높아진 위상으로 서울로 돌아갔다.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은 ‘수수께끼로 가득찬 은둔의 지도자’라는 세간의 평판을 떨어냈다.

공동선언문은 남북 화해와 통일을 위한 장기 과제뿐만 아니라 경제 협력과 문화교류, 이산가족 상봉 등 현안들까지 폭넓게 담고 있다. 한국은 미전향 장기수들의 대북 송환도 약속했다.

더욱 고무적인 사실은 김위원장이 ‘적절한 시기’에 서울을 답방하기로 약속함에 따라 이번 정상회담이 단발로 그치지 않게 됐다는 점이다.

남북한은 이전에도 1972년과 91년에 화해를 위한 합의에 이른 적이 있지만 그 때마다 적대적이고 대립적인 상황으로 돌변했다. 하지만 이전의 합의사항을 포함한 이번 공동 선언은 보다 실체적인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전과 달리 이번 합의는 남북의 최고 지도자에 의해 약속됐고 일련의 여러 단계 조치로 이어질 것이다.

이번 합의들이 예정대로 실천된다면 양측은 좀 더 어려운 정치 및 군사 문제들까지 다룰 수 있을 것이다. 이산가족 상봉과 김위원장의 서울 방문, 2002년 월드컵의 단일팀 구성 같은 문제들이 이번 합의의 장기적인 미래를 가늠하는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만남에서 남북 정상은 주한미군 3만7000명의 철수와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개발 계획 같은 안보 현안들은 언급하지 않았다. 양측의 신뢰가 더 깊어질 때까지 안보 문제를 다루지 않는 것은 합리적이다. 그러나 휴전선은 여전히 세계에서 군사적 대립이 가장 고조된 경계선으로 남아 있다. 북한이 이같은 군사적 위협을 해결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남북한 화해는 크게 진전하기 어려울 것이다.

<정리〓이종훈기자>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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