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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6월 2일 19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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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경제부가 2일 발표한 ‘지켜진 대통령의 약속’이란 보고서의 내용을 들여다본 재계의 한 인사는 현대판 ‘용비어천가’를 보는 듯한 착각을 느꼈다고 말했다.
보고서 요지는 작년 1월초 ‘1년반만에 우리경제를 회생시키겠다’고 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약속이 지켜졌다며 ‘한국의 성공을 대통령의 성공’으로 극찬했다.
사실 지난 1년6개월 동안 한국경제가 위기국면을 돌파한 데는 김대통령의 리더십이 결정적이었다.
김대통령은 국제통화기금(IMF)이 제시한 구조조정과제를 적극 수용하여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는 데 성공했다.
이런 사정을 감안해도 이번 보고서는 좀 심하다.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보지 못했던 자화자찬이다.
보고서는 “어느 야당지도자는 ‘1년반만에 경제가 회생되면 손에 장을 지지겠다’고 극언을 하기도 했다”는 문구까지 넣어 대통령 업적을 평가했다.
그러나 냉정히 따져보면 ‘대통령의 성공’의 이면에는 근로자들의 대량해고와 중산층의 붕괴, 실업자 1백55만명이란 엄청난 희생이 있었다.더군다나 지금의 경제상황도 지표만 보고 낙관하기엔 복병이 너무 많다.
웃고 있을 때가 아니란 얘기다. 대통령 공적에 대한 평가는 역사에 맡기는 것이 순리다. 정부부처가 충성경쟁하듯 성급하게 나설 일이 아니다.
재정경제부는 ‘용비어천가’를 쓸 만큼 그렇게 한가한 부처인가. 투자활성화를 통한 경기회복세의 지속, 실업사태의 해결, 재벌개혁의 완결 등 산적한 과제를 점검하며 해법을 모색해도 시간이 모자랄 판이다.
임규진<경제부>mhjh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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