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안전사고는 기체결함이나 조종사의 실수, 공항의 안전시설 미흡, 무리한 운항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한다. 어느 것 하나라도 잘못되어서는 자칫 대형참사를 부르게 마련이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항공안전체계는 너무도 많은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국내 대부분의 지방공항들이 항공기 안전운항을 위한 계기착륙유도장치 등 보안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항공기의 고도 속도 위치를 파악하고 안전하게 유도하는 레이더조차 없어 조종사들의 감각과 판단만으로 이착륙을 해야 하는 공항까지 있다는 사실이다.
국내공항의 안전시설 미비는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김해공항은 항공기가 동쪽으로 진입할 때 기수를 활주로 중심에 맞춰주는 시설이, 김포공항은 전방향표시의 오차조절 시설이, 속초공항은 인근 장애물을 피할 수 있는 계기착륙유도장치가 없다. 목포와 여수공항은 활주로 길이가 현재 취항중인 기종의 정상적인 이착륙거리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뿐이 아니다. 외국의 최신 민항기는 지상근접경보강화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나 우리의 낡은 민항기는 그같은 첨단 안전장치가 없다. 또 조종사들의 경험부족과 무리한 운항, 국적 항공사간 안전운항을 위한 정보교환 등의 협조체제도 갖추어져 있지 않다. 이런 실정에서 대형참사가 잇따르지 않은 것만도 천만다행이다.
이번 KAL기 괌 추락참사를 계기로 국내공항의 안전시설에 대한 일제점검과 시설보완이 조속히 이루어져야 한다. 이와 함께 항공정책의 일대 혁신이 뒤따라야 한다. 국적 항공사간 선의의 경쟁을 통해 이용객의 편의증진과 국익의 극대화를 꾀하면서도 안전운항 차원에서는 긴밀한 협조가 가능하도록 보다 합리적인 항공정책을 펴나가야 한다. 항공안전관련법령의 정비도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지금까지와 같은 정책의 실패가 또다른 대형참사를 부르게 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