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 최대 수혜자 중국에 닥친 2차 위기[광화문에서/윤완준]

윤완준 베이징 특파원 입력 2020-03-23 03:00수정 2020-03-23 03:00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윤완준 베이징 특파원
최근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웨이보에서는 이탈리아에서 유학 중인 중국인 야오야오(瑤瑤·가명) 씨의 귀국기가 화제다. 이탈리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지자 그는 고향인 광둥(廣東)성 선전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했다.

아부다비, 베이징(北京)을 거쳐 선전에 도착할 때까지 28시간을 야오야오 씨는 아무것도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마스크를 한 번도 벗지 않은 채 버텼다. 야오야오 씨의 웃지 못할 사연에 중국 누리꾼들은 “교과서식 귀국”이라며 박수를 쳤다. 하지만 그처럼 “중국이 가장 안전하다”며 유럽과 미국을 ‘탈출’하는 중국인이 크게 늘자 이들로 인한 코로나19 역유입도 증가세다. 중국 내 코로나19 신규 감염자 수가 ‘0’이라고 선전하던 중국 당국이 화들짝 놀랐다.

이에 중국 당국은 입국 통제 조치를 전면화했다. 외국발 베이징행 항공기들이 베이징에 바로 착륙하지 못하게 하는 제한 조치도 시작했다. 중국 상황이 심각할 때 중국에 문을 걸어 잠근 세계 각국을 중국이 비판했던 것과는 상반된다. 하늘길이 통제되자 중국 항공업체들의 타격이 현실화됐다. 지난달 에어차이나 등 중국 대표 항공사들의 승객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0% 이상 급감했다.


코로나19로 세계 각국이 국경을 닫거나 통제하자 글로벌 공급망이 타격을 입기 시작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멈춘 중국은 공장을 다시 가동한다. 하지만 세계 공급망 파괴로 원재료가 부족해 실제로는 상당수 공장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한다. 중국 화난(華南) 지역 미국 상공회의소의 최근 조사에 응한 중국 남부지역 기업 237곳 가운데 32%가 원재료 공급 부족에 직면했다.

주요기사

코로나19로 해외 각국에서 소비가 줄어든 것도 중국 경제에는 악영향을 주고 있다. 중국의 제조업 중심지 항저우(杭州)의 한 자동차 부품 관련 기업은 “지난달부터 공장을 가동했지만 중국 내 수요 감소뿐 아니라 한국 일본에 대한 수출도 지장을 받아 평상시 주문의 30%만 들어온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에 밝혔다. 미국 코어사이트리서치에 따르면 미국 신발 제조업체인 스티브매든은 제품 73%를, 미국 전자제품 기업 베스트바이는 60%를 중국에서 생산한다. 코로나19로 미국 내 수요가 감소하면 중국 내 공장 생산도 줄어 중국 경제도 피해를 입는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코로나19 퇴치전에서의 승리’를 선언하려고 하지만 이제 글로벌 공급망 파괴와 소비 급감이 중국 경제에 미칠 타격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세계화의 가장 큰 수혜자인 중국은 세계화 단절의 가장 큰 피해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의 대규모 확산이라는 1차 위기 이후 중국이 직면한 이 2차 위기는 1차 때와 달리 중국 정부 혼자 해결할 수 없다.

그런데 생산·소비·무역의 상호의존도가 가장 큰 세계 1, 2위 경제대국 미국과 중국이 코로나19 대처와 발원지 문제로 책임 회피와 소모적 갈등을 되풀이하고 있다. 미중이 이런 식으로 계속 싸우면 다른 나라들이 글로벌 경제 위기에 열심히 대처하려고 해도 효과가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윤완준 베이징 특파원 zeitung@donga.com
윤완준 기자의 더 많은 글을 볼 수있습니다.기자 페이지 바로가기>

#코로나19 역유입#공급망 파괴#소비 급감#세계화 단절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