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거진 ‘가을학기제’…교육계 “국제 표준 맞춰” vs “득보다 실 많아”

강동웅, 박효목 기자 입력 2020-03-22 17:00수정 2020-03-22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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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개학이 늦춰지면서 과거 교육계 일각에서 주장한 ‘가을학기제’ 도입 논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관련 주장이 나오면서 청와대가 가을학기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가을학기제는 초·중·고와 대학교의 새 학기를 9월부터 시작하는 제도. 미국과 유럽, 중국 등 세계 각국은 가을학기제를 이미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49년 교육법 제정 이후 3월부터 1학기를 시작하는 ‘봄학기제’를 채택 운영해왔다. 과거 김영삼 노무현 박근혜 정부에서 가을학기제 도입을 검토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교육당국은 2014년 가을학기제 추진 당시 ‘글로벌 스탠더드’를 취지로 내세웠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남반구의 호주를 제외하면 1학기를 봄에 시작하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밖에 없다는 것. 9월에 신학기가 시작되면 외국인 교수, 학생 등 우수인재 유치가 수월해진다는 논리였다. 또 유학생이나 주재원 자녀들이 공백 없이 국내 학교에 입학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교육계에서는 가을학기제를 놓고 그동안 찬반이 엇갈렸다. 찬성하는 쪽은 국내 학기제를 국제 표준과 맞출 필요가 있고, 가을학기제 도입으로 인한 일시적 혼란은 극복할 수 있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반면 반대하는 진영은 사회적 비용 측면에서 득보다 실이 많다는 이유를 들었다. 일부 유학생과 교원의 국제 교류를 원활하게 하는 데서 얻는 이득보다 대다수 국내 학생들이 학기를 바꾸는 데 따르는 비용이 더 크다는 것. 2015년 한국교육개발원은 초중고에 가을학기제를 도입할 경우 12년 동안 최대 10조 원이 든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학기제 전환에 따라 입시일정을 바꾸면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감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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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청와대는 가을학기제 내부 검토에 들어갔다. 청와대 관계자는 “상황별 시나리오와 비용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친문 핵심으로 꼽히는 김경수 경남지사도 21일 페이스북에 “이참에 가을학기제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며 “긴 여름방학 기간 새 학년을 위한 충분한 준비시간을 가지고 지금처럼 애매한 2월 봄방학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지난달 24일 “코로나19와 학제 개편(현직 교사의 제언)”이라는 제목의 청원을 시작으로 22일 현재까지 7개의 관련 청원이 올라왔다. 이 청원에는 약 2만여 명이 동의했다. 청와대는 일단 다음달 6일 개학을 목표로 방역에 최우선을 두겠다는 방침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개학까지 2주가 남은 상태에서 벌써 9월 학기제를 말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국민적 수용도 등을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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