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8일(이하 현지 시간)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이란 석유 저장고가 화염에 휩싸였다. 뉴시스
미국-이란 전쟁이 발발하기 전 주요 외신 및 전문가들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면 중동 전역에 대혼란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동안 미국과 이스라엘이 상대한 하마스나 헤즈볼라, 예멘 후티반군과 비교하면 이란은 체급 자체가 다른 상대이기 때문이다. 특히 드론과 미사일로 대표되는 이란의 장거리 타격 능력은 위협적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이 같은 평가를 입증이라도 하듯이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 직전까지 다양한 신무기를 공개하는 등 무력시위를 벌였다. 공습 하루 전에는 아라비아해상에 있는 미국 항공모함 전단 상공으로 정찰 드론까지 날리며 위세를 과시했다.
화물선에 레이더 붙인 ‘드론 항모’
미국 중부사령부는 3월 6일 이란 드론 항공모함 ‘샤히드 바게리’를 파괴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중부사령부 X(옛 트위터) 계정 캡처그런데 막상 전쟁이 시작되자 이란 군사력은 너무도 어이없이 무너졌다. 개전 후 일주일 동안 이스라엘 전투기들이 1000㎞ 이상 날아와 5000발 넘게 폭탄을 퍼부었지만 1대도 격추하지 못했다. 작전 와중에 미군은 F-15E 전투기 3대를 잃었는데 이란의 전투기나 지대공미사일 공격에 의한 것은 아니었다. 쿠웨이트 상공에서 미군 전투기를 격추한 것은 미국 동맹인 쿠웨이트 공군의 F/A-18C 전투기였다. 쿠웨이트 조종사가 모종의 이유로 미군 전투기를 고의 공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을 제외하면 미군 역시 이란 전장에서 단 1대의 전투기도 잃지 않았다.
개전 닷새 만에 이란 방공망은 완전히 무력화됐다. 이때부터 미국과 이스라엘의 비(非)스텔스 전투기, 폭격기, 공중급유기가 이란 영공을 놀이터처럼 드나들기 시작했다. 이스라엘을 겨냥해 배치된 이란의 중거리탄도미사일도 개전 일주일 후 종적을 감췄다. 현재 이란의 발사체는 민간 트럭이나 트레일러로 위장한 이동식 발사대에서 쏘는 단거리탄도미사일 또는 장거리 자폭 드론이다. 이마저도 발사되는 수가 점차 줄고 있다. 이란의 드론 공격에 주변 국가들이 피해를 보고 있지만, 이란군이 그간 자랑해오던 대규모 병력과 수많은 첨단무기는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란 군사력은 원래 이렇게 약했을까. 이란은 이스라엘,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튀르키예와 함께 중동의 군사 강국으로 불린다. 신정 독재국가인 이란에는 군대가 둘 있다. 정규군으로서 국방부 통제를 받는 이슬람 공화국군과 신정 독재자 ‘라흐바르’ 직속 친위대인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다. 이란 정규군은 약 41만 명, IRGC는 상비군 약 30만 명에 예비군 약 60만 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같은 이란 상비군 규모는 주변 국가의
2~3배 수준이다. 이란 당국이 발표한 공식 자료만 놓고 보면 이란 군사력은 질적으로도 강력한 듯하다.
‘세계 최고 밀도’ 이란 방공망의 실체
2016년 8월 하산 로하니 당시 이란 대통령(왼쪽에서 세 번째)이 바바르-373 지대공미사일 시스템을 둘러보고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GETTYIMAGES이란이 보유한 주력 군사 장비는 대부분 과거 팔레비왕조 때 도입한 미국·유럽산 구식 장비이거나 옛 소련에서 들여온 퇴물이다. 하지만 이란은 자체 기술력으로 구형 장비를 현대화해 자국산 첨단장비로 교체했다고 주장한다. 면면을 보면 화려하다. 예를 들어 IRGC 해군에는 다른 나라에 없는 독특한 군함들이 있다. 만재배수량 3만6000t인 샤히드 마흐다비는 나와브 함대공미사일, 카드르-474 순항미사일, 졸파카르 대함탄도미사일과 드론으로 무장했다. 이란 최강의 해상 전력이라는 ‘샤히드 바게리’는 4만2000t급 드론 항모로, 확장 갑판과 경사용 활주로를 갖췄다. 여기에 누르 함대함미사일과 코우사르-222 함대공미사일, 이란이 자체 개발한 스텔스 전투기 ‘카헤르-313’을 축소한 JAS-313 무인 스텔스 전투기를 함재기로 탑재한다.
이란 공군의 주력은 팔레비왕조 때 도입한 F-14 전투기 40여 대, F-4/5 계열 전투기 100여 대와 소련제 MIG-29 20여 대다. 이들 장비 가운데 눈에 띄는 게 이란이 자체 개발한 4세대 전투기 ‘코우사르’와 ‘아자라크쉬’다. 공군과 함께 방공 임무를 수행하는 방공군에는 러시아제 S-300PMU-2와 S-200, S-75, 부크, ‘이란판 S-400’으로 불리는 바바르-373, 코다드-3/15 등 중장거리미사일이 세계 최고 수준의 밀집도로 배치돼 있다.
IRGC 항공우주군은 미사일을 전담으로 운용하는 부대다. 이들은 극초음속 미사일인 파타 I·II부터 단거리탄도미사일(100~1000㎞)에 해당하는 파테-110, 라드-500, 젤잘-3, 나제아트, 데즈풀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대함탄도미사일 칼리즈-파즈, 중거리탄도미사일(1000~2000㎞)로 분류되는 샤하브-3, 가드르-110, 아슈라, 세질, 에마드, 호람샤르-4와 순항미사일 호베이제, 하지 카셈 등 매우 다양한 미사일도 지녔다.
이처럼 이란 당국이 외부에 공개한 자국산 무기 스펙만 놓고 보면 이란군과 혁명수비대는 천하무적이다. 페르시아만과 호르무즈해협, 오만만의 제해권을 완벽히 장악하고 이스라엘과 인근 미국 동맹국의 전략 요충지를 초토화하는 것도 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현실에서 이란은 2024년 10월, 2025년 6월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을 전혀 막지 못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작정하고 달려든 이번 전쟁에선 개전과 동시에 최고지도자를 잃고 일주일 내내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중동 최강 군대를 보유했다는 이란군이 이토록 수세에 몰린 것은 ‘전투용 군대’가 아니라 ‘전시용 군대’였기 때문이다.
포토샵으로 만든 전투기
이란이 자력으로 개발했다고 공개한 4세대 전투기 ‘코우사르’. 1960년대 도입된 F-5를 개조해 이름만 바꾼 것으로 의심된다. 뉴시스군사 전문가 입장에서도 이란 군사력을 분석하는 것은 매우 까다롭다. 이 나라에 구체적으로 어떤 무기가 얼마나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란 관영 매체가 ‘최신예 전차’ ‘신형 자주포’라며 소개한 무기의 실상을 보면 열병식이나 선전 영상에만 등장하는 과시용이다. 구닥다리 T-72 전차나 M109 자주포에 그럴싸한 껍데기만 씌운 경우가 적잖다. 이란이 ‘구축함’이라고 부르는 선박의 정체는 어떤가. 그 실상은 1960년대 팔레비왕조 때 영국에서 들여온 초계함의 선체 설계를 복제한 뒤, 거기에 육상용으로 개발된 레이더와 미사일을 덕지덕지 붙인 것이다. 이란이 실전 배치한 ‘스텔스 초계함’도 사실 상선용 디젤엔진과 레이더를 탑재하고 육상용 무장을 실은 선박이다. 실전용 군함과는 거리가 멀다는 얘기다. 이란이 세계 최초로 도입했다는 ‘드론 항공모함’의 실상은 더욱 어처구니없다. 이란의 드론 항모 ‘샤히드 마흐다비’ ‘샤히드 바게리’는 한국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해 수출한 컨테이너 화물선에 육상용 레이더와 미사일을 얹은 선박에 불과하다. 심지어 여기에 함재기라고 실린 스텔스 무인 전투기 JAS-313은 취미용 RC 항공기용 부품으로 만든 장난감에 가깝다.
이란 공군이 보유한 전투기의 실제 스펙을 보면 미국과 이스라엘에 영공을 뺏긴 이유가 드러난다. 예를 들어 이란이 자체 생산한다는 4세대 전투기 코우사르, 아자라크쉬는 이름만 바꾼 F-5다. 이란제 스텔스 전투기 카헤르-313은 지상 전시용 모형만 존재한다. 이란은 이 전투기의 실제 비행 모습이라며 무단 도용한 풍경 사진에 카헤르-313을 포토샵으로 합성했다가 들통 난 바 있다.
공군과 방공군이 가진, 일일이 나열하기도 힘들 만큼 다양한 ‘자체 개발 지대공미사일’도 실전에서 작동한 적 없는 선전용 무기다. 이란은 S-400급 성능을 가졌다고 홍보한 국산 바바르-373이 있음에도 러시아와 중국에서 방공무기를 들여오려고 애썼다. 그들이 만든 방공무기 스펙이 허위임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그나마 실제 작동하는 탄도미사일의 경우 사거리 연장을 위해 30년 이상 노력했음에도 2500㎞ 벽을 넘지 못했다. 이란이 보유한 대다수 중거리미사일은 발사 준비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액체연료 방식이다. 그만큼 기습 발사 효과가 떨어진다. 그나마 몇 종류 있는 고체연료 로켓은 수량이 적은 데다 위력도 약하다. 이란이 선전하는 미사일방어(MD) 체제 회피 기술이나 다탄두 기술, 극초음속 무기 기술도 실재한다고 보기 어렵다.
이란 군대는 국민을 지키려고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체제 선전 도구이자, 군사력 증강 명분으로 국가 예산을 권력자들 쌈짓돈으로 둔갑시키는 세탁실에 가깝다. 독재자 권위에 가끔 도전하는 시민들을 탄압할 수준의 무력만 있으면 충분한 이란 군대는 이번에 제대로 된 정규군의 공격을 받고 삽시간에 무너졌다.
이란, 중국, 러시아의 공통점 사실 전시용 군대 폐해는 거의 모든 권위주의 독재국가에서 똑같이 일어나는 문제다. ‘사흘이면 끝날 전쟁’이라며 기세등등하게 우크라이나에 쳐들어갔다가 4년 넘는 장기전 늪에 빠져 100만 명 넘는 사상자를 낸 러시아, 대만 침공을 준비한다더니 내부 부패와 싸우고 있는 중국이 전시용 군대의 대표 사례다. 군대는 국민을 지키려고 존재할 때 가장 명예롭고 강할 수 있다는 진리를 이번 미국-이란 전쟁이 다시 한 번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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