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국보 탄생, 조선 궁중회화 ‘기사계첩’…298년 전 초상

  • 뉴시스
  • 입력 2018년 11월 22일 11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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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궁중회화 ‘기사계첩(耆社契帖)’이 국보가 된다. 문화재청이 18세기 초 대표 궁중회화인 ‘기사계첩’을 국보로 새로 지정 예고했다.

1987년 보물 929호로 지정된 ‘기사계첩’은 1719년 숙종이 59세로 기로소에 들어간 것을 기념한 행사에 참여한 관료들이 계(契)를 하고 궁중화원에게 의뢰해 만든 서화첩이다. 행사는 1719년 시행됐으나 참석자들의 초상화를 그리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 1720년 최종 완성됐다.
계첩은 기로신 중 한 명인 문신 임방(1640~1724)이 쓴 서문과 경희궁 경현당 연회 때 숙종이 지은 글, 대제학 김유(1653~1719)의 발문, 각 의식에 참여한 기로신들의 명단, 행사 장면을 그린 기록화, 기로신 11명의 명단, 이들의 반신 초상화, 기로신들이 쓴 축시로 구성됐다.
계첩에 수록된 그림은 화려한 채색과 섬세하고 절제된 묘사, 명암법을 적절히 사용해 사실성이 돋보이는 얼굴 표현 등 조선 후기 ‘궁중행사도’ 중에서도 최고 수준을 보여준다. 마지막 장에 제작을 담당한 도화서 화원 김진여, 장태흥 등 실무자 이름 기록도 다른 궁중회화에서는 찾기 어려운 ‘기사계첩’의 특징이다.

수준 높은 색채와 구도, 세부 표현에 있어 조선 시대 궁중회화의 획기적 전환을 가져온 작품으로 18세기 이후 궁중행사도 제작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문화재청은 제작 당시 원형을 거의 상실하지 않았을 정도로 보존상태가 좋고 그림 완성도가 높아 조선 시대 궁중회화 대표작으로 손색이 없어 국보로 승격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고려 시대 불화 ‘고려 천수관음보살도(高麗 千手觀音菩薩圖)’, 조선 시대 목판 ‘제진언집 목판(諸眞言集 木板)’, 조선시대 경전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은 보물 지정을 예고했다.

’고려 천수관음보살도‘는 14세기께 고려 시대 제작된 작품으로 중생을 구제하는 관음보살 자비력을 극대화한 불화다. 천수관음은 ‘천수천안관세음보살(千手千眼觀世音菩薩)’ 또는 ‘대비관음(大悲觀音)’이라고도 불리며, 각기 다른 지물(持物)을 잡은 40~42개의 큰 손과 눈이 촘촘하게 그려진 작은 손을 가진 모습으로 표현된다.
오랜 세월을 지나면서 변색된 이 불화에는 얼굴 11면과 손 44개를 지닌 관음보살과 화면 위를 가득 채운 원형 광배, 아래쪽에 관음보살을 바라보며 합장한 선재동자, 금강산에서 중생이 떨어지는 재난을 묘사한 타락난 등 관음신앙과 관련된 경전 속 도상을 충실히 구현했다. 요소마다 화려한 색감과 섬세한 필력으로 대상을 정확하게 묘사해 우수한 조형감각을 보여준다.

문화재청은 고려 불화 중 현존 유일하게 알려진 천수관음보살도일뿐 아니라 다채로운 채색과 금색 물감의 조화, 격조 있고 세련된 표현 양식 등 고려불화의 전형적 특징을 반영한 작품으로, 종교성과 예술성이 어우러진 작품이라고 평했다. ’제진언집 목판‘은 1658년 강원도 속초 신흥사에서 다시 새긴 ’중간 목판‘이다. ’불정심다라니경(佛頂心陀羅尼經)‘ ’제진언집목록(諸眞言集目錄)‘ ’진언집(眞言集)‘등 3종으로 구성됐다.

이 목판은 1569년 안심사에서 처음 판각됐으나 안심사본 목판은 현재 전하지 않아 신흥사 소장 목판이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판본에 해당한다. 한글, 한자, 범어가 함께 기록된 희귀한 사례에 속해 16~17세기 언어학과 불교의례 연구에 도움이 되는 자료다.
문화재청은 신흥사가 동해안 연안과 가까워 수륙재와 관련된 불교 의례가 빈번하게 시행된 사실을 고려할 때 강원도의 신앙적 특수성과 지리·문화적 성격, 지역 불교 흐름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목판의 학술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묘법연화경‘은 조선 초기 명필가 성달생과 성개 형제가 부모 명복을 기원하려고 ’법화경‘을 정서한 판본을 바탕으로 1405년 전라북도 완주군 안심사에서 승려 신문이 주관해 간행한 불경이다.

7권 2책으로 구성된 완질본으로 권4에는 변상도가 6면에 걸쳐 수록됐다. 판각도 정교하다. 구결이 전반적으로 표기돼 있고 한글로 토가 달려 조선 초기 국어사 연구 자료로도 가치가 있다.

문화재청은 판각 후 오래되지 않은 시기에 인출된 책으로, 간행 당시 모습을 유지하고 있어 발문을 통해 조선 초기 불경 간행 방식과 상황을 파악할 수 있어 서지학과 불교사 연구에서도 학술 가치가 높다고 평가했다.

문화재청은 ’기사계첩‘과 ’고려 천수관음 보살도‘ 등 4건에 대해 30일간 예고 기간 동안 각계 의견을 수렴·검토하고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가지정문화재(국보·보물)로 지정할 계획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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