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성장하면 지역 경제도 발전… 창업-일자리창출 기지로 삼아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17일 03시 00분


코멘트

국가균형발전과 대학의 역할 모색
김도종 원광대 총장―송재호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 대담

김도종 원광대 총장(왼쪽)과 송재호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이 12일 동아일보 회의실에서 만나 국가균형발전에서 대학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고 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 대화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김도종 원광대 총장(왼쪽)과 송재호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이 12일 동아일보 회의실에서 만나 국가균형발전에서 대학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고 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 대화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 전북 지역의 제조업 기반이 무너지고 있는 가운데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대학마저 휘청거린다면 전북 경제가 회복 불능 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키기 위해서는 기술, 콘텐츠, 인력이 모여 있는 대학을 활용해 대학 발전으로 지역을 살려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전북 5개 주요 대학인 전북대 원광대 군산대 전주대 우석대 등은 ‘성장 동력’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12일 동아일보 회의실에서 김도종 원광대 총장과 송재호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이 대학을 활용한 전북 발전과 국가균형발전에 대해 논의했다. 》
 
송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국가균형발전의 의미와 구체적인 계획 및 목표를 정리하면서 대담을 시작했다.

▽송 위원장(이하 송)
=국가균형발전은 전 국토가 고르게 발전하고 어떤 지역에 살건 국민이 다 잘살아야 한다는 보편적 가치를 추구합니다. 현 정부는 역대 정부 최초로 균형 발전을 국정 핵심 과제에 포함시켰습니다.

▽김 총장(이하 김)=균형 발전은 어떤 의미인가요.

▽송=균형 발전은 ‘지역이 강한 나라, 균형 잡힌 대한민국’이란 비전을 이루기 위해 ‘지역 주도 자립적 성장 기반 마련’이란 목표를 추구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 격차 해소 △지역 특화 발전 추구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 등 3가지를 실천해야 합니다. 지방 스스로 수립한 특색 있는 발전 전략이 바탕이 되기 때문에 지방분권이 중요합니다.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여기에 필요한 지원과 협력, 조정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지역균형발전에서 대학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습니다. 원광대의 경우를 설명해 주시지요.

▽김=그렇습니다. 원광대의 발전은 곧 익산 및 전북 지역 발전에도 중요합니다. 원광대 안에 익산시가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익산시에서 원광대는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합니다. 원광대가 발전하면 익산시가 발전하고 원광대가 쇠퇴하면 익산시도 쇠퇴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송=구체적인 예를 들어주실 수 있나요.

▽김=원광대의 발전 전략은 전북의 핵심 사업인 농생명 산업 및 탄소 산업과 밀접히 연관돼 있습니다. 대학은 이들 산업을 선도하고 필요한 인재를 공급하기 위해 △농생명 △스마트 기계 △소재산업 인력 양성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종자시장 개척을 위해 중국, 몽골, 카자흐스탄에 연구소를 세우는 등 긴밀한 협력을 하고 있으며, 탄소 산업에 필요한 인재를 공급하기 위해 국내 최초로 학부에 탄소융합공학과를 신설했습니다.

▽송=국토부가 혁신도시 시즌2에서 대학을 활용해 일자리 창출 및 정주 요건을 강화하려고 합니다. 전북 지역에 맞는 맞춤형 정책으로 제안하고 싶으신 것이 있다면….

▽김
=균형 발전을 정치적 관점이 아닌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대학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대학은 신기술과 시대 흐름을 선도하는 콘텐츠를 생산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대학을 국가 발전과 지역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아야 합니다.

▽송=어떤 정책적 지원이 필요할까요.

▽김=대학을 연계한 혁신도시 시즌2가 성공하려면 융·복합과 글로벌이 바탕이 되도록 하고, 법 개정도 필요합니다. 융·복합이란 혁신도시 내에 지역 대학 공동 캠퍼스를 만들고 창업도 공동으로 지원 및 관리하는 것입니다. 혁신도시 안에서 대학에서 배출한 인력들이 창업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기숙사를 지어 외국 유학생을 유치하고 그들도 살 수 있게 해서 국제화와 다문화를 같이 추진해야 합니다.

▽송=전북에서는 새만금도 혁신도시만큼이나 전북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고 하지요.

▽김=그렇습니다. 새만금 사업지구 안에 세계 150여 개국의 역사문화 전시관과 숙박, 쇼핑센터 등을 유치해 전주 한옥마을, 군산 근대문화 관광지와 연계하는 정주형 국제 여행지인 ‘새만금 세계 역사문화 엑스포 공원’을 만들 것을 제안합니다. 또 ‘새만금 국제창업단지’를 만들어 △스타트업 육성 △현장형 인재 양성 △5차 산업 구현 생태계 모델을 구현해 전북의 신성장 동력으로 삼아야 합니다. ‘새만금 국제창업단지’에서 사업을 하면 누구에게나 시민권을 주는 ‘에스토니아형 모델’을 도입할 필요도 있습니다. 새만금 국제 창업특구가 전북 발전의 동력이 되려면 새만금 국제공항은 필수입니다.

▽송=대학은 교육기관이면서 사회경제적으로 핵심적인 인프라이기 때문에 국가균형발전에서 대학의 역할은 매우 중요합니다.

▽김=그런 측면에서 앞으로 정부나 균형위에서는 어떤 복안을 가지고 계신지요.

▽송
=어떤 지역이든 기업을 유치하려면 정주 요건이 필요한데 바탕은 대학과 연구소입니다. 대학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대학을 균형 발전에 활용하는 데 미흡한 것도 사실입니다. 우선은 지자체의 권한을 높여 분권을 강화함으로써 지자체와 거점 국립대 간의 연계와 협력을 강화하는 모델을 구축해야 합니다.

혁신도시 시즌2에서는 2가지 측면에서 대학이 중요합니다. 먼저 혁신도시에 있는 공공기관이 자리를 잡은 뒤 기업을 유치하는 데 힘쓰고 여기에 대학을 연결하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대학이 창업 생태계를 만드는 데 주체적인 역할을 하도록 노력하는 것입니다. 정부는 ‘규제 샌드박스형 지역혁신성장특구 제도’를 통해 신기술·신서비스를 규제·제약 없이 사업화할 수 있도록 준비 중입니다. 대학 인력이 창업 전선에 나설 수 있게 환경을 조성하고 실패할 경우에도 재기할 수 있도록 창업보험제도도 마련하고 있습니다.

▽김=전북에서는 어떤가요.

▽송=전북은 농생명, 발효 산업의 중심일 뿐 아니라 국민연금관리공단이 있어 금융 발전의 또 다른 한 축이 될 수 있습니다. 특화산업 발전을 위한 협력체계 구축은 이달 8일 출범한 전북 지역혁신협의회 등 전북을 잘 아는 지역 혁신주체들이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김=대학 발전을 이루고 지역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서 법·제도적으로 개선해야 할 점이 적지 않습니다. 먼저 유학생 유치를 위한 비자 발급 제도 개선이 필요합니다. 유학생들이 일과 학업을 병행할 수 있도록 비자 발급을 유연화해 지역 산업에 기여하면서 공부도 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현재 유학생을 유치 안 하면 유학생 관리 우수대학이 되는 모순이 발생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또 하나는 창업이 자유롭게 이뤄져 대학이 ‘산단형 캠퍼스’로 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대학이 보유한 기술을 바탕으로 산업화를 할 때 ‘대학은 비영리기관’이란 법령이 문제가 돼 어려움이 많습니다. 대학이 법인 설립 주체가 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돼야 합니다.

원광대가 전북 발전의 중요한 축인 만큼 외부 학생이 원광대에 보다 쉽게 올 수 있도록 ‘고속철 학생 할인’을 해주고 전북도가 유학생용 레지덴셜 칼리지를 지어줄 것을 요청합니다.

▽송=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최근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교육부 등과 ‘지방대학 태스크포스(TF)’ 구성 논의를 했는데 대학이 지역 발전을 선도한다는 것과 지방대학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역성장특구법, 혁신도시 종합발전 계획 등 학령인구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지방대학을 살리고 활용하기 위한 정책을 공동으로 개발하는 문제와 효율적인 예산 활용에 대한 논의도 하고 있습니다. 공적개발원조(ODA) 자금을 한국에 유학 오는 저개발 국가 학생들에게 장학금으로 지급한다면 학생과 대학에 도움을 줄 것입니다. 지역은 한국이 당면한 일자리 창출, 저출산 고령화, 4차 산업혁명과 신기술 및 벤처산업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키를 쥐고 있습니다. 지역이 잘돼야 수도권 집중 압력도 약해집니다. 각 지역 발전 총합의 양이 국가 발전의 총량 아니겠습니까.

▽김=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대학도 균형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지만 정부도 보다 많은 정책적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립니다.

▽송=알겠습니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국가균형발전#대학#김도종#원광대#송재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