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인, 일손부족 해결 도움” vs “왜 외국인에 일자리 내주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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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난민 취업설명회 논란
외식업주들 “알바 구하기 힘들어”… 일각 부정적 시선에도 적극 구인
법무부 “한국인 기피 일자리 소개”

18일 오후 1시 30분 제주 제주시 용담동 법무부 제주출입국·외국인청 강당. 아랍인 수백 명이 긴장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올 들어 제주를 통해 입국한 예멘인들이다. 이들은 다급하게 아랍어로 말하다 답답한 듯 손짓과 발짓까지 동원했다.

이곳은 예멘인을 대상으로 한 두 번째 취업설명회 현장이다. 한국에 와 난민 자격을 신청한 예멘인들이 생활고를 겪자 제주출입국·외국인청과 한국외식업중앙회 제주지회가 이들에게 일자리를 주기 위해 마련한 행사다. 14일 열린 어촌 일자리 설명회에선 약 130명이 일자리를 찾았다.

외식업 설명회에는 제주지역 음식점 70곳가량이 참여했다. 300명 넘게 강당을 찾은 예멘인들은 아침부터 번호표를 받고 순서를 기다렸다. 업주는 8명씩 조를 나눈 뒤 채용상담을 벌였다. 고용이 결정되면 사업장으로 함께 이동해 근로계약서 등을 작성한 뒤 관련기관에 제출해야 한다. 외식업중앙회 측은 “채용되면 설거지 등 주방보조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설명회에 참석한 업주들은 예멘인 채용에 긍정적이었다. 행사에 참석한 한 업주(40)는 “분식점을 하고 있는데 아르바이트생 구하기도 힘들어서 왔다. 미리 구해놓은 직원이 다른 음식점에서 일하기로 해 급하게 사람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업주들은 하루 다섯 번씩 기도하고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등 예멘인의 생활문화까지 별도로 교육받을 정도로 구인에 적극적이었다. 이날 바로 직원을 채용하진 않지만 향후 구인난에 대비해 예멘인이 어떤지 살펴보러 온 업주도 있었다.

하지만 예멘인 취업 알선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도 여전하다. 난민법에 따르면 난민 신청 후 6개월이 지나야 한국에서 취업할 수 있다. 제주에 온 예멘인은 대부분 올해 입국했다. 가뜩이나 부족한 일자리를 외국인들에게 내준다는 우려도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예멘인들에게 주선한 일자리는 한국인이 기피하는 일자리다. 기존에도 외국인 근로자를 연결해 달라는 업주들의 요청이 많았다. 건설업이나 제조업 등 한국인이 일할 수 있는 현장은 알선 대상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제주=임재영 jy788@donga.com / 황성호 기자
#제주 난민#예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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