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라니 친 줄…” 아들 배웅나온 노인 들이받고 도망간 50대 남성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17일 21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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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전 4시 45분 전남 진도군 진도읍 한 도로. A 씨(75·여)는 영하의 날씨였지만 오랜만에 고향집을 찾아온 아들(52)을 배웅하려 집을 나섰다. 아들은 집에서 300m쯤 떨어진 공터에 세워둔 승용차를 가지러 갔다.

아들이 승용차를 몰고 모친 A 씨 쪽으로 가고 있는데 뒤에서 오던 1t 트럭이 빠르게 추월했다. 직후 이 트럭은 도로를 건너던 A 씨를 들이받고 달아났다. 아들은 112에 신고했다.

전남 진도경찰서는 길가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분석해 트럭 운전자 조모 씨(56)를 확인하고 사고 발생 13시간 만에 붙잡았다. 조 씨는 사고 직후 회사로 돌아가 옷을 갈아입고 항구에 트럭을 놔둔 채 달아났다. 경찰은 조 씨가 술을 먹었을 것으로 보고 음주측정을 했지만 혈중알코올 농도는 0%였다. 조 씨는 혈액채취는 거부했다.

조 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람이 아닌 고라니를 친 줄 알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고 전날인 14일 오후 9시부터 15일 오전 1시까지 친구 2명과의 술자리에서 소주 6잔을 먹은 뒤 트럭에서 3시간 동안 잠을 잤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이 조 씨 친구들의 진술을 받아 보니 술자리는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조 씨는 17일 오후 2시 광주지법 해남지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사고가 일어난 줄 전혀 몰랐다"며 계속 사람을 친 사실을 부인했다. 법원은 이례적으로 1시간 만에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은 조 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사 혐의 등으로 구속하고 사고 전후 행적에 대한 추가 조사를 벌이고 있다. A 씨의 아들은 경찰조사에서 "나 때문에 엄마가 사고를 당한 것 같다"고 자책했다고 한다.

이형주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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