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권영민]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10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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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분쟁지역마다 늘 먼저 뛰어들어 조정-중재능력 발휘
미온적인 강대국 설득, 파리기후협정 이끌어
통합의 리더십으로 성공적 직무 수행… 대한민국 위상 높여

권영민 단국대 석좌교수·문학평론가
권영민 단국대 석좌교수·문학평론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0년 임기를 마치고 귀국했다.

 2006년 유엔 사무총장에 선출됐다는 뉴스가 우리 모두를 흥분시켰는데, 그 막중한 책임을 모두 끝냈다. 반 전 총장은 지난해 12월 고별연설에서 ‘유엔의 힘은 추상적이거나 원론적인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내 삶의 이야기’에 해당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유엔을 통해 만들어진 국제적인 연대의 힘이 곧 우리 모두가 혼자가 아니라는 점을 그대로 말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유엔 사무총장으로 일하는 동안 한국 정부와 한국 국민이 보내준 성원과 격려가 큰 힘이 되었다고 감사를 표시했다. 그는 이제 국제무대에서 가장 빛나는 자취를 남긴 위대한 한국인이 되었고, 지구촌 전체에서 그 통합의 리더십을 인정받은 세계적 지도자가 되었다.

 반 전 총장은 재임 10년 동안 유엔의 실질적 수장으로서, 세계 최대 국제기구인 유엔을 관리하면서 국제분쟁 해결을 위한 조정과 중재의 역할을 맡았다. 그리고 유엔 총회를 비롯해 안전보장이사회, 경제사회이사회, 신탁통치이사회 등 모든 회의에 참여하여 유엔의 이념과 정신을 대변했다. 그는 재임 전반기에는 주로 분쟁과 갈등 지역에 늘 한발 먼저 뛰어들어 조정과 중재 임무를 수행했다. 평생을 외교관으로 지내면서 몸으로 닦은 외교적 수완이 그의 실천적 지도력의 바탕이 되었다. 세계 강대국의 야욕과 힘의 대결이 지속되는 과정에서도 그는 ‘아랍의 봄’을 이끌어내는 데 힘을 더했고, 이란의 비핵화 프로그램을 실천 단계로 끌어올리는 데에도 조력했다. 동남아 지역에서는 미얀마 군부를 설득하여 비폭력 방식으로 민주화 과정을 이끄는 데에도 큰 역할을 했다. 그리고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종족 갈등과 권력 투쟁이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상황 속에서도 약자의 편에서 빈곤 퇴치와 인권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반 전 총장의 최대 업적은 그의 재임 후반기에 이루어 낸 ‘파리기후협정’이다. 2015년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이 협정을 채택했을 때, 반 전 총장은 회의에 참석한 195개 국가 대표의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었다. 2020년 이후 적용되는 새로운 기후협약의 핵심은 당사국 모두가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있으며, 감축 목표를 지켜야 한다는 점을 명시한 것이다. 그리고 모든 당사국은 이산화탄소 감축에 대해 자율적으로 목표를 정하더라도 5년마다 상향된 목표를 제출해야 한다. 반 전 총장은 미국 러시아 일본 등 강대국이 그동안 소극적으로 대응해 온 기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끈질긴 설득력을 발휘하였으며 결국 그 동의를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

 반 전 총장은 유엔의 미래개발 청사진인 ‘2030 지속가능개발목표(SDGs)’의 수립을 주도했다. 그는 면밀하게 추진해 온 이 프로젝트를 위해 2014년 유엔에서 그 초안을 발표하도록 했으며, 2015년 9월 유엔총회 특별정상회의에서 2030년까지 시행할 전 지구적 목표를 채택하도록 했다. 이 발전 목표는 글로벌 시대의 변화에 맞춰 국제사회와 개별 국가가 나아가야 하는 새로운 정책의 패러다임을 제시한 것으로 유명하다. 인종과 지역을 뛰어넘어 문제가 되고 있는 보건 및 식량과 에너지, 교육과 양성 평등, 경제 발전과 도시, 기후 해양과 지구 생태계 등에 관한 17개 과제를 정했고, 그 실천을 위한 협력 체제의 구축 방안 등을 확립했다. 이러한 전 지구적인 장기 과제의 수립은 인류 사회의 안전과 발전, 정의와 평화를 향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물론 서구 일부 언론은 반 전 총장의 임기 후반에 일어났던 시리아 내전과 아프리카 지역의 혼란 등에서 유엔이 자기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유엔 평화유지군의 비리와 범죄 행위 등을 꼬집어 반 전 총장의 실패를 지적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반 전 총장은 강대국 사이에서 힘의 균형을 맞춰 가며 갈등과 분쟁의 조정자로서 자신의 직분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유엔을 떠나면서 유엔 사무총장으로 일한 것이 평생의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우리 국민은 그의 존재가 대한민국 국민 전체의 영광이었다는 사실을 오래도록 기억할 것이다. 그가 이룩한 업적이 대한민국의 국가적 위상을 크게 높였다는 사실을 누가 부인할 수 있겠는가.

권영민 단국대 석좌교수·문학평론가
#반기문#대선 출마#유엔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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