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매거진]편안하면서도 여성스럽고 시크한 ‘블록 힐’의 매력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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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 힐 사냥기

 시작은 단순했다. 지난달 초였을까. 육아휴직 후 복직을 앞두고 신발장을 열어봤다. 임신 전 신던 8∼10cm 힐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8cm쯤이야….’ 분명히 이 구두를 신고 뛰어다니고, 취재원을 무작정 기다리는 ‘뻗치기’도 했던 기억이 있었다.

 하지만 8cm 힐을 신고 한 시간이 지났을까. 다리가 떨렸다. 허리가 쑤셨다. 거의 2년 동안 운동화와 스니커즈에 익숙해진 내 몸은 하이힐을 온몸으로 거부했다. 그래, 새 구두를 사야 해. 그때였다. ‘편안한 블록형 미드 힐’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고맙게도 최근 구두 트렌드는 아찔한 킬 힐보다 편안한 미드 힐이 대세다. 그중에서도 구두 굽이 블록처럼 육면체 형체를 띈 블록 힐이 눈에 띄었다. 쇼핑 레이더를 풀가동한 결과, 후보는 3개로 좁혀졌다. 

끌로에의 로렌 레더 펌프스. 네타포르테 제공
끌로에의 로렌 레더 펌프스. 네타포르테 제공


[1] ‘끌로에’ 로렌 레더 펌프스

 청순한 핑크 베이지 톤의 물결무늬를 보는 순간 ‘이거다’ 싶었다. 일단 누드 톤 계열은 다리가 길어 보인다. 물결무늬는 참으로 ‘끌로에’스럽다. 여성스러우면서도 시크하다. 굽은 5.5cm. 자유무역협정(FTA) 관세 혜택을 챙겨주는 해외 사이트에서 사면 국내 백화점보다 무려 20만 원 이상 저렴하게 살 수 있다. 문제는 사이즈다. 사이즈가 좀 크게 나와 온라인 구매를 하자니 리스크가 있었다. 고민하던 중 다른 신발이 들어왔다.

[2] ‘샤넬’ 슬링백

 6cm대 굽의 슬링백. 베이지색 몸체에 앞코가 검은색. 환상적인 컬러 조합을 자랑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펌프스를 더 좋아하고, ‘짝퉁’이 너무 많아 마음속에서 몰아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올가을 신상 색깔을 인스타그램에서 보고 말았다. 인기 인스타그래머 에바 첸이 그레이와 블랙 조합의 슬링백 사진을 올리며 “사려던 게 아닌데 첫눈에 반했다”고 했다. 자기 사이즈가 없는데 겨우 구했다고도 했다. 블랙과 그레이. 나도 참 좋아하는데. 초조해졌다. 그때, 거짓말처럼 [3]구두가 등장했다. 

지안비토 로시의 블록 힐 펌프스. 마이테레사 제공
지안비토 로시의 블록 힐 펌프스. 마이테레사 제공


[3] ‘지안비토 로시’ 스웨이드 펌프스

 솔직히 이 브랜드는 잘 모른다. 그냥 굉장히 소재가 좋은 이탈리아 브랜드라는 말만 들었을 뿐이다. 해외 잡지에서 몇 번 봤을 뿐이다. 그런데 라운드 토 모양, 발목의 스트랩, 투박한 듯 여성스러운 굽이 마음에 쏙 들었다. ‘나는 고급 브랜드에요’라고 외치지 않고 점잖았다. 솔직히 적지 않은 돈을 쓰는데 티가 나는 게 좋을 때도 있다. (요즘 최고 인기인 ‘구치’ 로퍼도 기웃댔다.) 그래도 진짜 마음에 드는 것은 찾기 쉽지 않은 법. 역시 직구가 이득인 것 같았다. 한-유럽연합(EU) FTA에 따라 EU에서 생산된 제품은 관세가 면제되기 때문이다. 마침 독일 온라인 쇼핑몰 ‘마이테레사’가 올해부터 관세 면제 서류를 챙겨주기 때문에 10% 부가세만 내고 거의 현지 가격으로 샀다. 주문한 뒤 정확히 4일 뒤에 받았다. 좋은 세상이다.

 p.s. 신고 보니 문제가 있었다. 신발 벗는 고깃집에 가면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스트랩을 풀어야 한다. 제발 그런 곳에 갑자기 가지 말자고요.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구두#블록힐#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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