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당불기(倜儻不羈)’ 액자, 성완종 게이트 진실 밝혀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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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2011년 6월 ‘1억수수’ 열쇠로
돈 전달 윤승모씨 “의원실서 봤다” 홍준표 측 “그땐 ‘의자제세’ 글귀 걸려”
당시 본보 “홍준표 7월4일 대표당선 전엔 문제의 액자 의원실에 있었다” 보도


 
2011년 7월 20일자 동아일보에 보도된 당시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 집무실에 걸려 있던 ‘척당불기’ 액자. 동아일보DB
2011년 7월 20일자 동아일보에 보도된 당시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 집무실에 걸려 있던 ‘척당불기’ 액자. 동아일보DB
 ‘척당불기(倜儻不羈).’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서 1억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 추징금 1억 원을 선고받은 홍준표 경남도지사(62)가 좋아하는 글이다. ‘뜻이 크고 기개가 있어 남에게 얽매이거나 굽히지 않는다’는 의미. 이 척당불기가 ‘성완종 게이트’의 진실을 밝힐 핵심 카드로 떠올랐다.

 유죄 판결을 받고 “노상강도를 당한 기분”이라며 재판부를 맹공했던 홍 지사는 10일 페이스북에 ‘윤 씨가 내 방에서 봤다는 액자도 거짓으로 지어 낸 것으로 밝혀졌는데도…’라고 주장했다. 윤 씨는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으로 2011년 6월 11일부터 30일 사이 성 전 회장의 돈 1억 원을 홍 지사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윤 씨는 재판 과정에서 “돈을 전달하던 그날 홍준표 의원실(의원회관 707호)에서 액자인지 족자인지 기억나진 않지만 척당불기란 한자(漢字)를 봤다. 한자가 어려워서 사전을 찾아본 기억이 분명히 난다”고 진술했다.

 홍 지사 측은 줄곧 “윤 씨가 의원실에 온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이 액자는 당시 윤 씨가 707호에 들렀는지를 입증하는 단서 중 하나다. 홍 지사 변호인은 “그 무렵 홍준표 의원실에는 의자제세(義者濟世·의로운 사람이 세상을 구한다)란 액자가 걸려 있었다”고 주장하며 언론 인터뷰 사진을 제시했다. 이는 2011년 6월 20일 오후 8시 25분 송고된 연합뉴스의 홍준표 의원 인터뷰 기사에서 확인된다. 변호인 측은 “척당불기란 액자는 한나라당 대표가 된 뒤 대표실에 걸어 뒀던 것으로, 의원실에는 걸어 둔 적이 없다”고 밝혔다.

 한쪽 진술이 틀렸거나 기억에 오류가 있는 셈이다. 하지만 707호실에 ‘의자제세’와 ‘척당불기’가 모두 걸려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2011년 7월 5일자 한겨레신문 5면엔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 인터뷰 기사가 실렸다. 여기엔 ‘홍준표 한나라당 새 대표는 4일 당선 일성으로 척당불기를 꺼냈다. 자신의 의원회관 사무실 액자에 굵직하게 적힌 이 사자성어는…’으로 시작된다. 같은 달 20일자 동아일보 A10면엔 ‘홍준표 대표실 척당불기에 다른 글자… 뒤늦게 알고 의자제세로 아예 액자 교체’라는 기사를 실었다. 척당불기의 당()을 당(戃)으로 잘못 쓴 사실이 확인돼 액자를 의자제세로 교체했다는 내용. 이 기사에는 ‘대표실 벽에 걸려 있던 척당불기 액자의 글씨는 평소 친분이 있던 한 서예가가 선물한 것으로, 당 대표가 되기 전에는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 벽에 걸려 있었다’고 돼 있다.

 두 보도를 종합하면 오자가 포함된 척당불기 액자는 홍 지사가 당 대표로 뽑히기 이전엔 707호 어디엔가 있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당 대표로 취임한 뒤 707호의 척당불기를 먼저 당 대표실로 옮겨 걸었다가 오자가 발견되자 떼어 내고 의원실의 의자제세를 갖다 그 자리에 붙였다는 게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척당불기 액자 논란. 항소심 재판부가 깨끗하게 해결해줄지 관심거리다.

창원=강정훈 manman@donga.com / 권오혁 기자

#홍준표#척당불기#액자#성완종 게이트#윤승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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