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1, 2학년 새 수학책 더 어려워져… 선행 유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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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네어 막대가 뭐지? 숫자 1∼5를 1시간內 속성교육?
시민단체 “졸속 개정… 수정해야”

초등학생들이 교과서에서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집에서 자기주도적 학습을 할 때 사용하는 수학익힘책의 현장검토본 내용. 초등학교 
2학년 학생들에게 쌓기나무 평면도를 맞히게 하고 있는데, 이는 현재 초등학교 6학년 교과서 수준의 문제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제공
초등학생들이 교과서에서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집에서 자기주도적 학습을 할 때 사용하는 수학익힘책의 현장검토본 내용. 초등학교 2학년 학생들에게 쌓기나무 평면도를 맞히게 하고 있는데, 이는 현재 초등학교 6학년 교과서 수준의 문제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제공
내년에 초등 1, 2학년이 되는 아이들이 받아 들 개정판 수학 교과서가 지금보다 더 어렵고 불친절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문장과 용어가 어려운 데다 수학적 기본 개념을 이해하기 위한 설명은 생략돼 있어 한글과 수학을 선행학습하지 않으면 따라가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은 ‘개정 수학 교과서 현장검토본 분석 결과’ 기자회견을 열고 “졸속으로 개발된 현행 검토본의 내용을 대폭 수정하라”고 요구했다.

현재 교육부는 한국과학창의재단과 함께 내년부터 초등 1, 2학년이 사용할 개정 수학 교과서를 개발해 전국의 실험학교 10곳에서 개정 교과서 현장검토본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해 10월 편찬기관과 집필진을 선정하고 4개월 만에 현장검토본을 완성했다.

사걱세는 새로운 검토본의 문제점으로 △1, 2학년 국어 수준에 맞지 않는 어려운 설명 어휘와 긴 문장 △선행학습을 전제로 한 어려운 수학 개념과 빠른 진도를 꼽았다.

사걱세는 “1학년에게 4월경부터 ‘많고 적음’, ‘적고 작음’ 등 글씨를 읽고 개념도 구별하길 요구한다”고 지적했다. 교과서에는 전혀 사용하지 않는 용어와 수학 전문 용어, ‘연결큐브’ ‘우즐카드’ ‘퀴즈네어 막대’ ‘속성블록’ 등 어렵고 생소한 교구 개념도 많이 등장한다. 그림과 삽화의 크기도 너무 작다고 지적한다.

새 검토본에서는 현재 1학년 때 1시간 동안 두 쪽에 걸쳐 가르치는 ‘0’에 대한 설명도 4분의 1쪽 분량으로 줄었다. 또 숫자 1∼5를 단 두 쪽에서 설명해 1시간 안에 떼도록 했다. 이는 같은 수를 12쪽에 걸쳐 가르치는 일본이나 16쪽에 걸쳐 천천히 가르치는 핀란드와 대조적이다. 사걱세는 “검토본에는 네모 빈칸을 활용한 덧셈과 뺄셈 등 기초연산 교육도 사라졌다”며 “반면 계산 과정을 문장으로 적어 설명하게 한 활동은 많았다”고 말했다. 개정 교과서를 개발 중인 한국과학창의재단 관계자는 “문제로 지적된 내용은 최종본에 반영할 예정”이라며 “아직 수정 여지가 많다”고 해명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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