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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정치

[최영훈의 법과 사람]‘싸움닭’ 민정수석은 목계가 되라

입력 2016-05-28 03:00업데이트 2016-05-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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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훈 수석논설위원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을 둘러싸고 구설(口舌)이 끊이지 않는다. 법조계는 물론이고 정·관계의 화려한 등장인물로 화제를 모으는 ‘정운호 게이트’ 수사 초기에도 우 수석 얘기가 나왔다. 대통령이 가장 신임하는 참모 중 한 명이다 보니 세상 사람들이 그를 주목할 수밖에 없다.

어제 검찰에 소환된 홍만표 변호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 비리 수사를 지휘한 바 있다. 당시 주임검사가 대검 중수부 1과장 우 수석이고, 2과장 이동열 현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수사를 도왔다. 두 사람의 직속상관으로 수사기획관이던 홍 변호사와 의기투합해 전 대통령의 비리를 파헤치던 셋의 엇갈린 운명이 참 아이러니하다.

홍 변호사는 사건 수임 때 우 수석이나 검찰 고위 간부 이름을 고객에게 거론하곤 했다고 한다.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도 홍 변호사를 통해 우 수석의 이름을 듣고는 주변에 자신이 우 수석과 친한 것처럼 과시했다. 이 바람에 정운호의 구명로비에 우 수석이 연루됐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그러나 우 수석은 정운호가 자신을 팔고 다닌다는 사실을 알고 격분했다. 이 사건의 전개과정을 잘 아는 한 검찰 인사는 “(우 수석은) 정운호를 엄하게 처리하도록 독려했다”고 전했다. 확인해 보니 그의 주장에 설득력이 있었다. 이번 사건에선 우 수석이 아무 잘못이 없는데도 구설에 오른 것 같다.

머리회전이 빠른 그는 추진력과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으로 비서실을 장악하고 있다. ‘VIP 관심사안’이 잘 집행되지 않으면 격한 발언으로 질타하는 일까지 있다. 한국형 양적완화를 둘러싸고 한국은행이 ‘한은의 독립’을 거론하자 “‘검찰의 독립’은 없는 줄 아느냐”며 오해의 소지가 있는 발언을 하며 회의 때 역정을 냈다.

실세이면서 강성인 우 수석으로 인해 청와대가 경직되면 나라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선두주자였던 그는 노 전 대통령 수사에 발목 잡혀 검사장 승진을 못 한다. 한직인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밀려 있다 변호사로 개업했다. 그래선지 그의 마음속에 ‘심화(心火)’가 꺼지지 않고 있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검찰이나 청와대 같은 데서 주요 보직을 맡아 일하다 보면 “나라를 끌고 간다”는 자부심이 지나쳐 오버할 수도 있다. 그가 술자리에서 마음이 풀어져 한 말을 전하는 검찰 출신 변호사들도 있다.

검찰을 비롯한 권력기관 인사에 ‘보이지 않는 손’으로 개입한다는 얘기가 나돌았을 때 그를 대통령이 얼마나 신임하는지 물어봤다. “뇌물을 받았거나 여자 문제 같은 게 확인되면 모를까, 그는 탄탄하다.” 대통령을 잘 아는 사람의 말이다. 우 수석은 대통령이 퇴임할 때까지 곁에 둘 확실한 ‘순장(殉葬) 참모’ 중 한 명이다.

그래서 장자에 나오는 ‘목계(木鷄)’ 얘기를 들려주고 싶다. ‘싸움닭을 훈련시키는 달인이 왕이 보낸 투계를 훈련시켰다. 투계가 교만하여 스스로 최고인 줄 알거나, 상대의 그림자와 울음소리에 쉽게 반응해 태산 같은 진중함이 없거나, 조급함은 버렸지만 아직 성을 내고 눈매가 너무 공격적이어선 상대를 이길 수 없다. 드디어 40일째 상대가 홰를 치거나 울어도 반응하지 않고 늠름하게 버티는 모습이 나무로 조각한 닭같이 됐을 때 어떤 닭도 놀라 도망칠 것이라며 훈련을 마쳤다. 용각산처럼 소리 없이 비서실을 장악하고 대통령을 보좌하는 성공한 선배 민정수석들에게서 배워보라. 민정수석이 잘못하면 성공한 정권이 결코 될 수 없다.

최영훈 수석논설위원 tao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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