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에 녹아있는 인생의 그맛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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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잔의 맛’

위스키를 다룬 만화 ‘한 잔의 맛’. 각종 위스키와 이를 조합한 여러 칵테일에 대한 정보, 이 술들과 어울리는 소소한 사람들의 사연을 소개해 독자들
에게 호평을 얻고 있다. 위즈덤하우스 제공
위스키를 다룬 만화 ‘한 잔의 맛’. 각종 위스키와 이를 조합한 여러 칵테일에 대한 정보, 이 술들과 어울리는 소소한 사람들의 사연을 소개해 독자들 에게 호평을 얻고 있다. 위즈덤하우스 제공
한때 와인을 다룬 만화가 유행했다. 그런데 숙성된 깊은 맛이라고 하면 ‘위스키’도 빠질 수 없다. 애주가 만화 독자들은 위스키를 다룬 만화는 없어 아쉬웠다. ‘소폭’(소주+맥주)이 대세가 되기 전 수십만 원에 달하는 고급 위스키도 ‘무식하게’ 폭탄주로 만들어 먹던 우리 사회에서 말이다.

이런 의미에서 최근 나온 만화 ‘한 잔의 맛’(위즈덤하우스)은 색다른 즐거움을 준다. ‘생활의 발견’ 등 일상 소재를 다룬 웹툰으로 인기를 얻은 만화가 김양수 씨가 현직 바텐더의 감수를 받아 그린 ‘위스키’ 만화다.

근무하던 잡지사가 망해 프리랜서 기자로 생계를 유지하게 된 주인공 태백. 바텐더 인터뷰 의뢰를 받아 한 바를 찾아간다. 바텐더는 인터뷰를 거절하는 대신 싱글몰트 위스키 한잔을 권한다. 특유의 독함에서 인생의 쓴맛이 느껴진 듯 인상을 찡그리는 태백에게 바텐더는 “10분 후 다시 마셔 보라”고 말한다.

10분 후 그 독하던 위스키는 공기와 맞닿으며 캐러멜 향과 풍미가 생긴다. ‘시간의 맛’이라고 설명하는 바텐더. 태백은 바의 손님들이 즐겨 마시게 된 위스키, 칵테일, 보드카에 얽힌 사연을 취재한다. 바텐터는 오랜 기간 무명인 배우에게는 영화 ‘007 카지노로얄’에서 제임스 본드가 마시는 고든스 진과 보드카를 섞어 얼음과 레몬을 올리는 ‘베스퍼 마티니’를 권한다. 회사에서 퇴물 취급을 받는 40대 부장에게는 변함없는 맛의 조니워커 블랙과 소다수, 쓴맛의 약재로 만든 술 ‘앙고스트라 비터’를 섞은 ‘올드 패션드’를 추천한다. “이 술처럼 때론 씁쓸했던 지난날도 되돌아보면 달콤한 추억이 될 때가 있다”는 말과 함께.

와인 만화 ‘신의 물방울’, 전통주 생산 가문을 다룬 ‘명가의 술’과 같은 작품성과 디테일은 없지만 인생을 반추하며 ‘조용히 한잔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위스키#한 잔의 맛#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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