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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정치

[최영훈의 법과 사람]대구의 불꽃, ‘낙동강 벨트’로 번질까

입력 2016-04-09 03:00업데이트 2016-04-0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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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훈 수석논설위원
화약내가 풍긴다. 동대구역에서다. 상상 속의 포연(砲煙)도 보인다. 아뿔싸, 4·13총선의 격전지로 대구가 떠오르다니. 이한구발(發) 불공정 공천 후폭풍이 새누리당의 뿌리 대구를 덮쳤다. 어제 오후 5시경. 무소속 주호영 후보(수성을)가 강행군에 지쳐 보인다. 표정은 밝다. 이인선 후보에게 더블스코어 차로 우위를 지킨 여론조사에 고무된 듯하다.

바로 옆 수성갑 선거구로 옮겼다.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후보는 “31년 만에 야당 후보를 뽑아 달라”고 호소한다. 지친 기색인 김부겸도 표정이 환하다. 모든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김문수 후보를 7∼20%포인트 앞선다. 김문수는 아침 일찍 사죄의 100배(拜)로 유세를 시작했다. 막장 공천 수혜자가 역설적으로 유승민(동을)이라면 김문수는 최대 피해자일 수 있다.

주호영의 당선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일 안 하는 3선이냐, 일 잘하는 인선이냐’(이인선 후보)라는 공격에도 ‘일 잘하는 3선이냐, 일 배우는 초선이냐’로 가볍게 따돌린다. 유승민의 낙승을 예상하는 사람도 많다. 한 선거 전문가는 “새누리당이 동구청장을 지낸 이재만을 공천했더라면 초박빙의 승부가 됐을 것”이라며 혀를 찼다.

반면 김부겸은 막판까지 가봐야 한다. TK(대구경북) 정치판을 꿰뚫고 있는 지인은 51 대 49의 눈 터지는 승부라 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야당 표가 10% 숨어 있으면 대구엔 여당 표가 이 정도 있다는 것이다. 대구 유권자 중엔 여당을 욕하다가도 막상 투표장에선 약해지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이번은 다를 것 같다. 김문수 후보가 고교 후배(경북고)가 공 들인 곳에 온 것은 정치적 오판일 수 있다. “이한구가 망쳐놓은 수성갑에 안면몰수하고 내려온 것은 염치없는 일이다.”(경북대 K 교수)

야당 성향으로 무소속 출마한 홍의락 후보(북을)도 승기를 잡았다. 정종섭 후보(동갑)는 경북고 동기동창인 류성걸 후보, 추경호 후보(달성)는 구성재 후보와 경합 중이다. 진박(진짜 친박) 정종섭은 선거 현수막에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넣고 한 표를 읍소한다. 그러나 유권자들의 반응은 예전 같지 않다.

앞서 무소속 조해진 후보(밀양-창녕-함안-의령)는 밀양 수산시장 앞 유세에서 간절하게 한 표를 호소했다. 5일장의 한 상인은 “이건 아니지예”라며 여당의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놈) 공천’을 비판했다. 지금 대구에서는 남진의 ‘가슴 아프게’를 패러디한 “공천과 공천 사이에 이한구가 없었더라면 쓰라린 탈당 무소속만은 없었을 것”이라는 노래가 유행하고 있다.

대구는 과연 불타고 있는가. 바람은 불고 있는가. 대구의 불길이 PK(부산경남)의 김해, 양산, 부산 북-강서·사상·사하로 이어지는 ‘낙동강 벨트’ 너머로 번질 건가. 총선의 막판 변수인 북풍(김정은의 도발)이나 박풍(대통령의 호소)은 없을 건가.

20년 전 제15대 총선은 지금처럼 야권 분열로 여당이 수도권 총 96석 중 54석(56%)을 획득해 대승을 거두었다. 반면 야권 연대가 이뤄진 2012년 총선에선 야당이 수도권 전체 112석 중 65석(58%)을 석권했다. 대선을 앞둔 결정적 총선(Critical election), 이 정치 드라마의 여야 승부는 내가 예측한 대로 160 대 140의 구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듯하다. 대구에서도 태풍은 아니지만, 바람이 거칠게 불고 있다. 바람을 잘 타면 일약 대권주자의 반열에 오를 김부겸 유승민의 선거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대구·밀양에서

최영훈 수석논설위원 tao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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