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핵에 상처입은 자연이 엉엉 울고 있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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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금치가 울고 있어요/카마타 미노루 지음/하세가와 요시후미 그림/엄혜숙 옮김·40쪽/1만 원·푸른숲주니어

어느 날 갑자기 달라졌습니다. 모든 자연은 사람들이 접촉하면 안 되는 위험한 것이 되었습니다. 어제까지 사람들을 지켜주던 물, 흙, 꽃, 나무들이 이젠 두려움의 대상입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의 상황입니다.

사람들은 도망갔지만 그곳은 그대로 있습니다. 그곳에서 자라던 시금치, 쌀, 젖소, 가자미들도 그대로 남아있죠. 이 책은 이렇게 남아있던 자연의 시선에서 바라본 핵의 얼굴입니다. 그것은 ‘색깔도 없고 냄새도 없고 모양도 없이 소리도 없이’ 자연에게 떨어져,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되는 물질로 전락시켜 버렸습니다. 기가 막힐 노릇이지요.

핵은 철저히 인간의 편리를 위해 만들어진 산물입니다. 그것이 가진 위험을 제거할 어떤 능력도 가지지 못한 채 말이죠. 그러면서 오염된 자연이 사람들에게 위험하다고 격리시킵니다. 자연은 인간에게 철저히 배신당했습니다. 그래서 ‘시금치가 울고 있습니다’.

저자는 일본 의사입니다. 오랫동안 체르노빌 아이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자신의 나라에도 같은 일이 벌어진 겁니다. 핵에 대한 저자의 목소리는 담담하지만 절실합니다. 같은 피폭량으로도 성인에 비해 20배 이상 피해를 받는다는,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이 가득합니다.

강렬한 그림이 이 책의 메시지를 명확히 전달합니다. 원래 상태의 시금치, 쌀, 젖소, 가자미들과 오염된 상태의 그들이 원색과 무채색으로 극명히 대비됩니다. 그런 대비는 읽는 이를 불편하고 힘들게 합니다. 마지막 장, 이제 울고 싶지 않다 합니다. 눈물을 멈추기 위해 무언가 해야겠지요. 핵물질의 반감기를 지나고도 남아있을 자연을 위해서 말입니다.

김혜원 어린이도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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