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슈퍼 3인조 강도사건’ 진범 자백…검찰 “기존수사 문제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4일 23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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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2월 전북 완주군 삼례읍에서 발생한 ‘나라슈퍼 3인조 강도치사 사건’과 관련해 경남에 사는 이모 씨(48)가 자신이 진짜 범인이라고 자백해 17년 만에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기존 수사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 씨는 최근 자신과 동료 2명이 슈퍼 노인 강도치사 사건의 진범이라고 자백하고 범인으로 지목돼 옥살이를 했던 사람들을 만나 용서를 구했다. 또 이 사건으로 숨진 피해자 유모 할머니(당시 77세)의 충남 부여군 묘소를 찾아 사죄했다. 사건은 1999년 2월 6일 오전 4시경 완주군 삼례읍 나라슈퍼에 3인조 강도가 침입해 잠자던 유 할머니의 입을 막아 숨지게 하고, 현금과 패물 등 254만 원어치를 털어 달아난 것이다.

경찰은 수사 끝에 임모(당시 20세), 최모(당시 19세), 강모 씨(당시 19세) 등 3명을 붙잡아 강도치사 혐의로 구속했다. 세 사람은 인근 중학교 선후배 사이로 강 씨 등 2명은 지적장애인이었다. 8개월 만에 재판이 모두 끝나 대법원은 1999년 10월 22일 이들에게 각각 징역 3년에서 6년을 확정했다. 이들은 만기복역 후 출소해 현재 막노동 등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검경 조사와 수감생활에서 억울함을 호소했던 임 씨 등 3명은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지만 2002년 기각됐다. 지난해 3월 2차로 재심을 청구해 현재 법원에서 심리가 진행되고 있다.

진범이라고 고백한 이 씨는 “2000년 다른 사건으로 검찰에서 조사받을 때 범행을 자백했지만 검찰은 이미 끝난 사건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씨는 배모, 조모 씨(49) 등 친구 두 사람과 함께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배 씨는 지난해 숨졌고 조 씨는 사건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대법원에서 ‘삼례 3인조’의 형이 확정된 뒤인 1999년 11월 부산지검은 ‘진범을 안다’는 제보를 받고 조 씨를 긴급 체포했다. 이 씨와 배 씨는 필로폰 투약 혐의로 수감 중이었다. 사건은 두 달 뒤 사건을 처음 담당한 전주지검으로 이첩됐지만 검찰은 2000년 3월 ‘혐의 없음’으로 내사 종결했다.

재심 청구를 담당하고 있는 박준영 변호사는 4일 “사건조사와 현장검증에서 경찰의 강압 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당시 전북 완주경찰서는 ‘진범이 따로 있다’는 제보를 받고도 무시했고 부산지검은 자백이 일관되지 않다는 이유로 진범으로 지목된 사람들을 모두 무혐의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당초 수사가 문제가 없고 재수사할 계획도 없다는 방침을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4일 “(임 씨 등) 범인들이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죄를 자백했고 재심도 이미 2002년 한차례 기각됐다”며 부실수사 의혹을 일축했다. 이어 “(진범이라고 자백한) 이 씨 등이 검찰에서 일시적으로 자백했지만 곧 진술을 번복했고, 진술내용도 객관적인 사실들과 맞지 않아 신빙성이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공소시효(10년)도 지나 재수사 가능성도 없다는 입장이다.

신동진기자 shine@donga.com·전주=김광오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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