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승신]대형마트 강제휴무,영세상인에 득될까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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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신 건국대 소비자정보학과 교수
이승신 건국대 소비자정보학과 교수
유통산업발전법 시행령 개정안과 의무 휴업일을 정하는 내용의 지방자치단체 조례가 공포되면서 대형마트 및 대기업 슈퍼마켓(SSM)이 한 달에 두 번씩 문을 닫게 됐다. 강제휴무제를 통해 대규모 유통업과 중소유통업의 상생 균형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다. 특히 전통 재래시장과 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돼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는 것이다.

처음 시행하는 제도가 정착되기까지는 갑론을박이 오가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당초 의도와 달리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농가가 타격을 받고 있다. 평일 대비 매출이 2배인 주말 발주 물량이 감소하고 있으며, 특히 신선채소류는 저장이 불가능해 그날 출하량을 원가 이하로 내다 팔아야 하는 실정이다. 영세 상인을 보호하기 위한 법에 또 다른 영세 상인이 유탄을 맞는 상황이다. 전통시장 상인들은 이참에 재래시장을 찾는 발걸음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지만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유통시장 측면에서는 유통업체의 영업권을 침해해 시장에서의 자유로운 경쟁을 제한함으로써 유통산업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대형마트나 SSM은 휴무에 따른 매출 감소에 대비해 이벤트와 할인행사를 개최하는 등 마케팅 전략을 세우고 있다. 대형 유통업체가 중소상권 및 전통시장 보호라는 상생의 취지보다 이익 감소를 만회하는 방안을 모색하면서 새로운 부작용이 우려된다. 특히 시장경제의 중요한 주체인 소비자의 선택권을 해친다는 시각도 있다. 대형 유통업체에 대한 규제는 소비자가 제공받는 서비스의 질과 편의성 등에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이 문제를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소비자가 대형마트와 SSM 영업규제에 따른 주말 휴무제로 전통시장에서 쇼핑을 할 것인가. 한 장소에서 편리하게 구입하는 대형마트에 익숙해진 소비자는 쉽게 쇼핑 장소를 바꾸기 어려울 것이다. 특히 주말이나 심야의 생활용품 구입은 현대사회에서 소비자의 중요한 선택이다. 그럼에도 대형마트의 주말 휴무제 실시는 소비자의 선택을 제한할 수 있는데, 이런 제한이 중소 유통업체의 판매 증가로 연결이 될지는 의문이다. 최근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통한 구매가 늘어나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가 효과를 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은 더욱 커진다.

이런 현실을 고려할 때 현재로선 대형마트 및 SSM의 강제휴무로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건 무리다. 좋은 취지로 시행되고 있는 새로운 제도가 무의미해지는 것을 방지하려면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

유통산업을 발전시키려면 유통단계를 줄이고 중간 마진을 없애 소비자에게 편익을 제공하는 게 원칙이다. 이 과정에서 물가도 떨어지고 산업 발전도 가능하다. 소비자의 니즈에 맞게 유통 업태별로 갖고 있는 특징과 장점을 최대한 강조하고 적절한 맞춤형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특히 전통시장이나 영세 상인이 갖는 장점을 더욱 높이려면 품질을 개선하고 제품을 다양화하며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고객 중심 경영으로의 인식 전환이 더욱 필요하다. 서비스 측면에서 볼 때 대형 유통업체의 서비스를 규제한다고 해서 재래시장 서비스의 질적 개선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느 한쪽을 규제해서 다른 쪽을 살리기보다 양쪽 시장의 경쟁력과 서비스 강화의 관점에서 유통산업 문제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문제로 지적되는 현상을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 파악하고 신속하게 해결해야 강제휴무제가 취지에 맞는 실효성 있는 제도로 정착할 것이다.

이승신 건국대 소비자정보학과 교수
#시론#이승신#대형마트#S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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