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 인 스타] 존 허, 난 연습볼 줍고…아버지는 막노동 뒷바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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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28일 07시 00분


존 허. 스포츠동아DB
존 허. 스포츠동아DB
무명의 그가 PGA투어 마야코바 클래식 우승하기까지

재미동포 존 허(21·한국이름 허찬수)가 미PGA 투어 마야코바 클래식(총상금 370만 달러)에서 인생 역전의 드라마를 썼다. 존허는 27일(한국시간) 멕시코 리비에라 마야의 엘 카멜레온 골프장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8언더파 65타를 쳐 합계 13언더파 271타를 기록, 투어 22년차의 베테랑 로버트 앨런비(호주)와 동타를 이뤄 연장에 들어갔다. 연장 8번째 홀에서 앨런비를 꺾은 존 허는 꿈에 그리던 PGA 첫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연장 8홀 승부는 PGA투어 역대 두 번째로 긴 연장전 기록이다. 1949년 모터시티 오픈이 연장 11홀로 최장 기록이고, 1965년 아잘레아오픈부터 1983년 피닉스오픈까지 네 차례 8홀 연장전이 있었다.

미국서 태어나 두살 때 한국에 돌아왔지만
골프 꿈 위해 열두 살에 다시 건너간 미국땅

하지만, 아버지 사업실패로 찾아온 가난…
난 골프를 포기할 수 없었다

아버지와 형은 막노동…난 골프장 알바…

힘들었던 인고의 시간들 견디고
PGA 5개 대회만에 기적의 우승컵
마침내 ‘아메리칸 드림’을 이뤘다!


한국 남자골프의 양대 산맥 최경주(42·SK텔레콤)와 양용은(40·KB금융그룹)이 그랬던 것처럼 존 허 역시 순탄치 않은 골프인생을 살아왔다. 가난과 역경을 끈기 하나로 버텨왔다. 뉴욕에서 태어난 존 허는 2세 때 한국에 돌아왔다가 12세 때 골프를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골프를 배우기 위해 다시 미국으로 건너갔다. 하지만 미국 생활은 힘들었다. 갑작스레 아버지의 사업 실패가 이어지면서 골프를 배울 처지가 안 됐다. 골프를 그만 둘 수 없었던 그는 새벽잠을 줄이고 연습장에서 공을 줍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계속 골프를 쳤고, 아버지 허옥식 씨와 형은 막노동 수준의 일을 하면서 뒷바라지 했다.

미국이 아닌 한국에서 시작한 프로 생활도 쉽지 않았다. 서울 미아리에 살면서 분당의 연습장까지 골프백을 메고 지하철을 타고 다녔다. 대회에 나가서도 좋은 옷을 입고 멋을 내는 건 사치나 다름없었다. 2009년 삼성베네스트오픈 때는 경비를 줄이려고 아버지 허 씨가 캐디를 맡았다가 벌타를 받는 해프닝도 있었다. 너무 힘들었던 허 씨가 골프카트를 타고 이동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무명에 가깝던 존 허는 신한동해오픈에서 우승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그러나 배상문, 김경태, 김대현과 같은 스타대접을 받지는 못했다. 그 많은 기업들 중에서도 존 허를 후원하겠다는 곳은 선뜻 나서지 않았다. 2011년 겨우 인삼공사의 후원을 받았지만 그마저 1년으로 끝났다. 올해 PGA 투어로 진출하면서 후원사 없이 맨 몸으로 부딪혔다. 수억 원의 후원금을 받고 미국으로 가는 다른 선수들과 비교하면 푸대접에 가까웠다.

PGA 투어 진출도 극적이었다. 작년 12월 열린 Q스쿨 1라운드에서 공동 107위에 그쳤다. 희박해 보였던 PGA 입성에는 운도 따랐다. 마지막 날 공동 27위로 경기를 끝냈다. 공동 25위까지 티켓이 주어지지만 2명의 선수가 우선순위의 다른 카테고리를 선택하면서 27위까지 PGA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큰 기대를 받지 못했지만 루키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첫 대회인 소니오픈에서 53위에 오른 뒤 두 번째 출전한 파머스 인슈어런스오픈에서 공동 6위를 기록했다. 이때까지도 실력보다 운이 좋았다는 평가였다. 그러나 이후에도 존 허의 활약은 예상을 뛰어 넘었다. 피닉스오픈 공동 12위, AT&T 페블비치 프로암 공동 35위에 이어 마침내 마야코바 클래식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존 허는 우승 뒤 “놀랍다. 도대체 내가 무슨 일을 했는지 모르겠다”며 벅찬 감정을 표현한 뒤 “꿈이 이뤄졌다. 투어에서 뛰는 것이 첫 번째 목표였고 이제 우승까지 해냈기 때문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기뻐했다.

■ 우승으로 얻은 것

7억5000만원 돈방석…시드 걱정도 훌훌∼

어렵게 선수 생활을 하며 꿈을 키운 존 허의 인생은 마야코바 클래식 우승으로 활짝 폈다. 그는 이번 우승으로 탄탄대로를 걷게 된다. 우승상금 66만6000달러(한화 약 7억5000만원)를 받은 존 허는 우승 전 상금랭킹 30위에서 9위로 껑충 뛰었다. 올 시즌 6개 대회에서 벌어들인 수입이 104만7132달러(한화 약 12억원)다. 2009년 프로 데뷔 이후 벌어들인 4억원 보다 3배 많다. 우승으로 메이저 대회와 굵직한 초청 대회에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다. 우승 직전 세계랭킹 267위로 마스터스 출전(세계랭킹 50위)까지는 쉽지 않지만 루키 우승이라는 프리미엄으로 많은 대회로부터 초청될 분위기는 만들었다. 또 정규투어가 끝나고 열리는 페덱스컵 플레이오프에도 나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루키들의 최대 목표인 시드 걱정도 덜었다.

존 허?

▲1990년 5월 21일 미국 뉴욕 출생
▲2009년 KGT 외국인 Q스쿨 통과
▲2010년 KGT 신한동해오픈 우승, 상금랭킹 7위
▲2011년 PGA투어 Q스쿨 공동 27위 통과
▲2012년 PGA 파머스 인슈어런스 공동 6위, 마야코바 클래식 우승(PGA 첫 승)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트위터 @na1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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