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사이언스 31]「트루먼 쇼」와 인공도시

입력 1998-11-11 18:59수정 2009-09-24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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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사람들이 30년 동안 한 인간에게 사기를 친다는 거짓말같은 발상을 스크린에 옮긴 영화 ‘트루먼 쇼’. 영화 속의 주인공 트루먼은 엄마 뱃속에서 태아로 자라날 때부터 모든 일거수 일투족이 전세계에 생방송 중계되는 ‘쇼’의 주인공. 그는 서른이 될 때까지도 자신을 둘러싼 모든 세계가 하나의 ‘세트’라는 사실을 모르고 생활한다.

자신의 직장인 보험회사와,고향인 소도시와 숲,바다까지도 가짜. 심지어는 태양과 달 별 아내까지 모두 만들어진 것. 그는 만리장성이후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인공 건조물 안에서 30년을 살아온 것이다.

이런 거대한 건조물을 세우는 것은 별다른 문제가 없지만 과학적으로는 영화에서처럼 세트안에서 비바람이 치고 인공태양이 뜨는 일이 과연 가능할까 하는 게 관심.

사실 ‘트루먼 쇼’의 거대한 세트는 미래 우주개척 시대에 실제 건설하게 될 돔(dome)형 도시의 모델로 손색이 없다. 달이나 화성 표면에는 장차 이같은 도시가 세워질 지 모른다. 그러나 이 우주 식민지들은 모두 투명한 유리로 둘러싸야 한다. 그래야 태양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

영화 ‘트루먼 쇼’에 나오는 세트는 인공태양을 쓰고 있다. 천연태양이 아닌 인공태양을 사용할 경우 세트 내부의 에너지 순환이나 식물의 광합성 활동 등이 30년이라는 오랜 기간 동안 그대로 유지될 지는 장담할 수 없다.

폐쇄된 공간에 생물권, 대기권, 수권, 암석권 등을 적절히 배치하면 축소판 지구가 된다. 미국에서는 이런 세트(에코스피어)를 만들어놓고 장기간 유지가 가능한지 알아보는 실험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

조그만 유리공 안에 바닷물과 약간의 모래를 채우고, 빨간 새우 몇마리와 녹색 바닷말을 넣은 다음 밀봉하는 것. 햇빛 말고는 외부와 완전히 밀폐된 세상이다.

이를 12시간 주기로 햇빛이 잘 드는 곳과 그늘에 번갈아 놓아두기만 하면 되는데, 어떤 세트는 새우들이 새끼를 낳고 번성하는가 하면, 또 다른 세트에서는 생물체들이 모두 죽어버리기도 한다.

인공태양까지 나오는 ‘트루먼 쇼’의 에코스피어는 현재의 과학 수준으론 불가능한 머나먼 미래의 일이다.

박상준(SF해설가)cosmo@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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