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새내기 철학입문서’ 20선]<10>철학의 문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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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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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것만 존재하는가
◇철학의 문제들/버트런드 러셀 지음·이학사


《철학적 사유를 하지 않는 사람은 관습적인 믿음들, 신중한 이성의 작용이나 생각 없이 그의 마음속에서만 생겨난 확신들로부터 나오는 편견 속에 갇혀 일생을 보낸다. 그러한 사람은 보통 일상적으로 나타나는 대상들에 대해 어떠한 의문도 제기하지 않는다.》

영국의 논리학자이자 철학자인 버트런드 러셀(1872∼1970)은 철학적 사유를 하지 않는 삶을 이렇게 꼬집었다. 반면 철학적 사유를 하게 되면 “일상적인 사물들조차도 매우 불완전한 대답만이 주어질 수 있는 문제들로 나타난다”고 그는 말한다. 대중을 위해 썼다는 이 철학 입문서에서 그는 다양한 예를 들며 철학적 사유를 하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 러셀이 이 책에서 제일 먼저 얘기하는 것은 눈에 보이는 현상(appearance)과 실재(reality) 사이의 관계다.

첫 장에서 러셀은 책상을 예로 들어 현상과 실재에 대해 말한다. 사람들은 책상이 다 똑같다고 생각하지만 눈에 보이는 현상은 상황에 따라 다르다. 빛이 닿는 곳과 닿지 않는 곳의 색깔이 다르며, 책상을 누르는 강도에 따라 질감에서도 차이가 난다.

러셀은 “‘현상’과 ‘실재’는 우리의 감각에 비친 사물의 모습과, 우리의 감각과는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실제 모습 간의 구별이다”라고 설명한다. 실제적인 책상은 설령 그런 책상이 있다 하더라도 우리에게 즉각적으로 인식되는 것이 아니라 즉각적으로 인식되어진 것으로부터 추리된 것이다. 여기에서 두 가지 답하기 어려운 물음이 제기된다. 첫째, 실제적인 책상이라는 것이 존재하는가. 둘째, 만약 존재한다면 그것은 어떤 종류의 대상이 될 수 있는가.

그는 일반인들이 별 의심 없이 받아들이는 ‘물질의 존재’에 대해서도 물음을 던진다. ‘어떤 내재적인 본성을 지니면서 내가 보지 않더라도 계속 존재하는 책상이라는 것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가. 아니면 책상은 단지 나의 상상의 산물이거나 매우 긴 꿈속에 나타난 대상에 불과한 것인가.’

그는 직접 대면함으로써 확인하지 않더라도 대상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다는 사실을 고양이를 예로 들어 설명한다.

“한 마리의 고양이가 어느 한순간 방 한구석에 나타났다가 다른 순간에는 다른 구석에 있다고 한다면 그 고양이는 한 장소에서 중간 위치의 장소를 지나 다른 장소로 이동했다고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가정이다. 그러나 만약 고양이가 눈에 비친 현상의 단순한 집합체에 불과하다면 내가 고양이를 보지 못한 장소에는 고양이가 존재하지 않은 셈이 된다.”

그는 인식의 방식으로 몇 가지를 든다. 첫째는 직접 대면 방식이다. 두 번째 종류는 ‘기억에 의한 직접 대면’이다. 기억에 의한 인식은 과거에 대한 우리의 모든 인식의 근원이 된다. ‘내성(introspection)에 의한 직접적 대면’도 있다. 태양을 볼 때, 태양 자체를 인식하는 것 외에도 종종 ‘내가 태양을 보고 있음’을 의식하는 것을 가리킨다.

러셀은 △물질의 본성 △귀납에 대하여 △진리와 거짓 △직관적 지식 △관념론 등에 대해 이야기한 뒤 마지막 장에서 철학적 사유의 가치를 다시 강조한다.

“철학은 회의적 의심을 통하여 자유분방한 사유의 영역을 전혀 여행하지 못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오만한 독단주의를 어느 정도 제거하면서, 우리에게 친숙하지 못했던 측면에서 친숙한 것들을 보게 함으로써 우리의 경이감을 생생하게 유지하도록 한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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