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완준 베이징 특파원의 글로벌 뷰]중국인만 모르는 류샤오보 사망

윤완준특파원 입력 2017-07-15 03:00수정 2017-10-16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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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당국, 철저히 언론통제… 포털-SNS에 관련 뉴스 없어
美-獨, 부인 류샤 출국허용 촉구

윤완준 베이징 특파원
중국 민주화운동의 상징 류샤오보(劉曉波)가 13일 세상을 떠나자 미국, 독일 정부는 그의 죽음을 일제히 추모하며 아내 류샤(劉霞)와 형제 등 그의 가족에게 해외 출국을 허용하는 등 자유를 줄 것을 중국 정부에 촉구했다.

하지만 정작 중국인은 류샤오보를 모른다. 14일 그가 투병하다 숨을 거둔 선양(瀋陽) 중국의대 제1병원을 방문한 중국인들은 관련 사실을 전혀 모른다고 현지 소식통이 전했다. 소식통은 “류샤오보의 시신은 병원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졌다”고 말했다. 그의 고향인 창춘(長春)이나 베이징(北京)에서 가족들만 참석해 장례를 치를 가능성이 높다.

선양의 한 중국인은 통화에서 “노벨 평화상을 받은 사실은 오래전에 얼핏 들었지만 선양 병원에서 투병했다는 얘기는 처음 듣는다”며 놀라워했다. 이어 부담스러워하며 화제를 돌렸다. 이날 베이징에서 만난 다른 중국인도 “류샤오보가 누군지 모른다”고 했다. 그는 포털 바이두(百度)에서 류샤오보를 검색했지만 바로 찾을 수 없어 애를 먹었다. 어렵사리 관련 내용을 찾은 뒤에는 “큰 죄를 지은 사람이네요. 정치는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의 철저한 언론 통제 때문이다. 중국 포털 대다수와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웨이신(微信·중국판 카톡)에서는 류샤오보 관련 뉴스를 찾을 수 없다. 그의 사망 소식을 5시간 늦게 ‘긴급’ 형식으로 해외에 타전한 신화통신의 중국 내 홈페이지에선 류샤오보 검색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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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영 영자 매체 글로벌타임스가 유일하게 사망 소식을 보도했지만 “류샤오보가 수감 전부터 B형간염을 앓아 왔다”며 정부 책임이 아니라는 점을 부각했다. 그러면서 “서방 세력이 인권 문제로 류샤오보의 병을 정치화하고 중국을 악마화하는 데 사용했다”며 “그가 더 살았더라도 시대 방향을 거스르는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독일 지그마어 가브리엘 외교장관은 “중국이 간암을 더 빨리 발견할 수 없었는지 신속하고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으로 망명한 톈안먼(天安門) 시위 주역 왕단(王丹)은 “류샤오보 사망은 ‘제2의 6월 4일’(톈안먼 시위 발생일)이다”라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백악관을 통해 애도 뜻을 밝혔다. 하지만 13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정상회담 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위대한 지도자”로 치켜세우며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다.

문재인 정부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중국이 한국의 최대 무역 교역국일 뿐 아니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로 한중이 갈등을 겪고 있는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류샤오보#사망#중국#언론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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